일본 동북부 센타이 지역을 강타한 전후 최대 지진과 쓰나미를 보며 자연재앙의 끔찍함에 놀랐고, 영화 ‘해운대’가 정말 리얼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일본 국민들의 질서의식과 긴급 재난 상황을 냉철하게 대응하는 뉴스 영상을 보면서였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분한 태도에 시민정신이 뛰어나다는 생각과 더불어 재난과 재앙에 철저하게 대비해 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일본 시민의 침착한 대응과 체계적인 행동과 대조적으로 일본정부의 대처방법과 국가 위기관리능력은 너무 형편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전사고에 대한 대처능력 부재, 사고 내용 축소, 왜곡, 말바꾸기와 미봉적인 정부발표 등으로 ‘안전제일 국가’라고 하는 일본의 긍정적 이미지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었다.
강도 9.0 이상의 강진과 쓰나미에 의한 피해보다 더 큰 재앙과 불안을 일본 국민에게 가져온 후쿠시마(福島)의 원자력발전소 폭발과 방사능 누출 사고 뉴스를 보며, 일본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은 정도를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복의 섬(福島)이 일본 정부의 뒤늦은 대응으로 재앙의 섬으로 변했다. 더구나 원전가동을 책임진 도쿄전력 임직원들이 대규모 원전사고 이후에도 동경시내 술집에서 흥청망청 돈을 썼다는 일본 신문기사에 원전안전을 담당한 관계자들의 무책임과 뻔뻔함에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일본 관방성장관은 후쿠시마 제1원전 외벽이 최초 폭파되었을 때 “전혀 방사능 누출이 없었고 원전 안의 원자로 등 모든 시설물이 제대로 통제되고 있다”고 원전 전문가와 도쿄전력 측의 설명을 듣고 자신있게 기자회견했다. 세계 원자력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들도 이구동성으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방사능 피해가 없으며, 안전확보를 위해 전문가를 파견할 수 도 있다”고 당당하게 논평했다.
이러한 일본정부의 발표와 IAEA 전문가발표에 말문이 막혔다. 일본은 원전 강국으로 수십 년전부터 원자력 정책에 정부와 산업계가 같은 배를 탔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은 사용후 핵폐기물 재처리를 해왔으며, 이를 위해 원자력 국제기구의 사무총장자리도 자국민이 되도록 노력해왔다. 따라서 안전을 책임져야할 국제기구까지 원전사고 내용감추기에 가담했다고 전문가들은 비판한다. 어처구니 없게 후쿠시마원전은 1호기뿐만 아니라 다른 원자로로 사고가 확대되었으며 엄청난 재앙을 일본국민과 산업, 국가전반에 가져왔다. 사고 이후 새로 발표되는 사실들에 세계가 놀랐다. 세계경제발전에도 지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더 불쾌한 것은 일본 정부의 부실한 위기관리에 대한 반성과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에 대해 지금까지 한마디의 사과도 없는 안하무인격 행동이다.
일본정부의 실망스러운 위기관리능력을 보며 우리 정부도 몇가지 반면교사를 삼았으면 한다. 첫째, 정부와 원전전문가는 항상 사고현황을 솔직하게 밝히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선량한 국민은 최선의 노력 후 실패는 이해하지만 거짓말을 하거나 사태를 축소, 은폐하려는 데는 분노하고 정부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둘째, 사고대책과 위기관리에는 그 분야 외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도 참여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한 분야에 함몰된다면 긍극적인 해결을 가져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 국민 안전에 관한 위기관리에선 항상 최악의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와 최후의 대책까지 세워야 하며, 범국가적 협력과 지원을 집중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넷째, 후쿠시마원전도 건설된 지 30년 넘었다. 원전경영자들은 원전을 좀더 운영해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원전가동 연장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과거 우리는 성수대교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등 안전 불감증에 따른 참혹한 사고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3년전 어이없게 전소한 숭례문 화재를 보며 모든 국민들이 가슴이 무너져내려지는 절망을 맛보았다. 더 큰 재난과 재앙에 대비해 일본의 후쿠시마원전에서 배울 것은 우리 정부도 원전안전대책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특별한 TFT를 꾸려 21기나 되는 원자력 발전소 원자로를 재점검하고 미비한 점을 사전에 대비하는 현명함이 필요할 때다.
최수만 IT미디어연구소 원장 smchoi500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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