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떨어진 구조조정촉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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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촉법만 되살아나면 만사형통일 줄 알았는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을 계기로 기업 구조조정 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국무회의를 거쳐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이 부활했지만 법정관리와 워크아웃 등 현행 제도가 달라진 기업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법원과 채권금융기관, 금융당국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헌인마을 PF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동양건설산업과 함께 개인투자자 2950명에게 발행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2100억원 때문에 법정관리 신청을 풀지 못하고 있다. 상환 또는 만기 연장에 대한 동의를 얻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기촉법이 부활했지만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풀기에는 역부족이다.

기촉법의 핵심 의미는 워크아웃을 개시하기 위한 채권단 동의율을 100%에서 75%로 낮출 수 있는 점이다. 그러나 기촉법 대상이 되는 채권은 대부분 금융회사가 보유한 채권을 뜻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에게 발행한 ABCP 또는 일반 상거래채권은 대상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금융회사 위주인 채권단이 75%의 동의로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한다고 해도 여전히 개인투자자 등이 보유한 ABCP 등은 당초 계약대로 상환해야 한다. ABCP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결국 삼부토건은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결국 법원은 지난 11일 삼부토건에 대해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유예했다. 문제는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제2,제3 삼부토건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예전과 달리 채권단 보유 채권 비중이 50%에 불과한 사례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삼부토건처럼 ABCP 같은 기촉법 대상 채권이 아닌 채무가 많은 건설사는 워크아웃이 개시되더라도 효과적으로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건설업종뿐만이 아니다.

기촉법 부활에도 불구하고 법정관리 쪽으로 `쏠림` 현상이 여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법정관리와 워크아웃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대안으로는 미국식 `프리캐키지드 플랜(prepackaged plan)`가 있다. 기업을 어떻게 살릴지 계획을 미리 짜놓고 채권자들에게 사전 동의를 얻은 상태에서 법원의 회생절차에 돌입하는 방식이다.

[기획취재팀=이진우 차장 / 김인수 차장 / 이재철 기자 / 윤제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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