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우리금융지주 매각 방안 발표를 앞두고, 금융권에 산은금융지주로의 매각 대세론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금융위원회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산은지주 밖에는 대안이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모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 희망대로 두 지주를 합병할 경우, 자연스러운 메가뱅크(거대 금융회사) 탄생이 가능할 뿐 아니라 소매금융에서부터 기업 지원·국책 기능까지를 모두 포괄하는 금융지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금융 ‘민영화’가 사실상 관치를 통해 이뤄진다는 반발 논리와 함께, 가뜩이나 정부 금융정책에 불신이 깊어진 상황에서 특정 지주회사 밀어주기라는 역풍에 휘말릴 수 있어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우리금융 매입의 유력 주자 중 하나로 꼽혀온 KB금융지주 어윤대 회장은 “(우리금융을) 인수할 준비가 안됐다”며 입찰에 응하지 않을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금융권에선 어 회장의 이 같은 입장 정리가 현 정부 금융정책 기조를 설계한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에게 길을 터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CEO 사태로 홍역을 치른 신한금융지주나 외환은행 인수에 발목이 잡혀 있는 하나금융지주도 인수 여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정부 결정을 지렛대로 삼을 수 있는 산은금융지주만이 우리금융을 처리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카드인 셈이다.
17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는 이같은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국민과 금융권에서 납득할 수 있는 매각 방법과 민영화 추진 일정을 잡는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 희망처럼 산은지주로의 합병 뒤, 합병 법인의 기업공개를 통한 민영화가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산업자본의 지분 참여가 원천적으로 막혀져 있는데다, 지금의 론스타사태가 보여주듯 해외 금융자본의 국내 투자도 정서상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산은지주의 핵심인 산업은행이 보유한 기업들의 지분 매각 작업 조차 극도로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산은지주가 우리금융 매각 자금을 효율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민영화를 추진중인 산은지주에 우리금융의 민영화까지 떠넘긴다는 것은 정부 보유지분의 시장가치를 너무 무겁게 만드는 것”이라며 “관치를 통한 민영화 추진 자체가 앞뒤가 안맞는 말”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점포 규모에서만 10배 가량 차이가 난다. 과거 국민은행과 장기신용은행의 합병 사례를 보더라도 두 은행이 합치면 결국 산은 직원들은 미래가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진호·박창규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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