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위치정보업체를 겨냥한 수사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법조계와 산업계에서는 모바일 광고대행사 입건, 구글과 다음 압수수색 등 일련의 스마트폰 위치 정보 조사가 과잉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자칫 무원칙한 수사가 스마트폰 활성화와 맞물려 이제 막 시장이 꽃피는 위치기반서비스(LBS) 산업 자체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한국정보통신협회는 최근 법조계와 산업계 전문가를 소집해 토론회를 열고 논란의 핵심인 ‘맥 어드레스’만으로는 개인을 식별할 수 없어 개인 위치 정보로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토론회에는 법조 측에서 김&장·세종·백석 등이, 산업계에서는 SK텔레콤, 삼성 갤럭시폰에 와이파이 데이터베이스 등을 구축했던 피알에프 등 10여명의 전문가가 참석했다. 협회 산하 LBS협의회 박찬휘 팀장은 “경찰은 맥 어드레스로 개인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주장이지만 이것만으로는 개인 식별이 곤란하다”며 “최근 경찰의 고압적인 수사가 자칫 위치정보 사업자의 사업 포기, 기술 개발 위축 등으로 이어져 결국 국가 경쟁력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뉴스의 눈>
위치정보 수집과 관련한 경찰 수사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과 산업계는 입장이 엇갈려 팽팽하게 대립 중이다. 이번 사안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맥 어드레스로 개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느냐와 업체가 위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했느냐가 핵심이다. 먼저 ‘맥 어드레스’로 개인정보 파악 여부는 검찰의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맥 어드레스는 무선 랜(LAN) 단말기가 통신할 때 이용하는 단말기 식별 번호를 말한다. 스마트폰·PC 등 모든 디지털 통신기기에 부여하는 번호다. 더 정확히 말하면 랜카드에 부여된 정보 값이다. 이를 개인 식별할 수 있는 정보로 판단하려면 디바이스와 개인 정보를 서로 맞춰줘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산업계에서 맥 어드레스를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은 충분한 근거가 있는 셈이다.
두 번째는 개인 위치정보 수집 유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압수 수색한 다음과 모바일 광고대행업체 ‘애드 몹’의 경우 맥 어드레스를 통해 위치 정보를 수집했다고 보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국내에서 개인 위치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방통위로부터 위치정보사업자 허가를 받아야 한다. 더욱이 이용자 동의를 받지 않고 이를 활용하면 명백한 불법 행위다.
하지만 맥 어드레스가 사실상 개인 식별이 불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검찰이 오판한 측면이 크다. 설령 이를 수집했다 하더라도 개개인의 정보 보다는 같은 지역에 있는 여러 사람의 위치 정보를 종합 분석해 놓았을 가능성이 커 위법 여부는 판가름하기가 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에서 더욱 우려하는 건 경찰의 과잉 수사에 따른 시장 위축이다. 수사 결과에 관계없이 최근의 분위기만으로도 위치기반 서비스 자체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 실제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업체는 위법한 기업이라는 선입관에서 헤어나기 힘들 것이다. LBS협의회에 따르면 위치 정보에 관한 사업권을 획득한 업체는 82개, 위치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300여개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스마트폰 보급 대수는 2000만대를 넘어섰다. 자칫 검찰의 무분별한 수사가 이제 막 열리는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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