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극지에는 어떤 보물이 숨겨져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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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남극과 북극 두 곳을 둘러싸고 각국의 소리 없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극지에 대한 연구와 정보를 교류하기 위한 ‘극지포럼’이 발족하는 등 극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극지는 추운 날씨 때문에 사람이 살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지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과학기술과 경제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극지는 어떤 보물을 안고 있는 것일까.

 ◇과학의 보물창고=극지는 대기권, 지권, 수권, 빙권, 생물권 등 기초과학을 육성할 수 있는 천연의 과학 실험장이다. 또 극지는 환경변화가 가장 민감하게 나타나는 지역으로 지구기후변화연구의 최적지기도 하다.

 우선 극지는 지구 환경변화의 전조를 읽을 수 있는 곳이다. 북극해를 뒤덮은 얼음은 대부분의 태양열을 반사해 ‘지구의 에어컨’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얼음이 녹아내리면 태양열이 더 많이 흡수돼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된다. 또 전 세계를 순환하며 열을 전달하는 심층수의 순환에도 영향을 줘 지구 전체에 급격한 기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극지의 빙하는 과거의 환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매년 내리는 눈이 층층이 쌓여 형성돼 일반 얼음과 달리 공기 방울이 포함돼 있다. 눈이 내릴 당시의 대기 성분과 기후에 관한 귀중한 자료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얼어붙은 타임캡슐’이라고도 불린다. 극지 빙하를 통해 그 당시 날씨와 대기 상태를 알아낼 수 있으며 수천 미터 깊이의 빙하 시추와 분석을 통해 고기후를 복원하고 기후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지구탄생 초기의 비밀을 알려주는 것은 남극 운석이다. 남극 빙하에서는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서 46억년 전 지구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채 지구로 떨어진 운석이 많이 발견된다. 남극의 운석을 통해 태양계가 생길 당시의 우주모습은 물론, 지구 탄생 초기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다.

 이 밖에 극지 바다 속 퇴적물에는 과거에 일어난 지구 온난화와 해양생태계 변화의 기록이 잘 보존되어 미래의 해수면 상승과 지구온난화를 예측할 수 있다.

 또 아무것도 생존할 수 않을 것 같은 극지에도 다양한 생명체들이 살아간다. 이런 생명체들이 혹한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의 연구는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 생태계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독특한 생명 현상 연구를 통해 세포 속에 얼음이 얼지 않게 하는 ‘결빙방지물질’로 줄기세포나 혈액 등의 냉동보존에 이용할 수 있다.

 ◇경제적 가치는 무한대= 컨설팅 전문업체인 우드 맥킨지와 미국지질연구소(USGS)의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원유 및 가스 매장량의 25% 정도가 북극해에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로모노소프 해령 인근에도 무려 1000억톤에 이르는 석유와 가스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북극해에 확인된 매장량만 2330억배럴에 달하며, 금, 은, 동, 철, 아연, 주석, 니켈과 같은 광물자원 또한 다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극 역시 지구의 마지막 남은 자원의 보고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은 물론 공해 없는 청정연료인 가스 하이드레이트까지 매장돼 있다.

 이와 관련 북극항로 개척이 이슈다. 최근 지구 온난화에 따른 북극해의 급속한 해빙으로 북극항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북극항로가 상용화돼 부산에서 로테르담까지 컨테이너를 운반하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때보다 운항거리가 40% 감소해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연간 한 달 정도 북극 항로를 운항할 수 있는데 2030년쯤에는 석 달 이상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서도 올들어 시베리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박사는 “남극은 남극보존협약에 의해 개발이 금지된 반면 북극은 개발이 가능하다”며 “북극에서 자원을 개발하면 이를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은 선박밖에 없기 때문에 북극 항로 개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미국, 러시아, 노르웨이, 캐나다, 일본 등이 적극적이며 한국도 쇄빙 연구선 아라온호가 북극을 항해하는 등 북극항로 개발에 뛰어들었다”이라고 덧붙였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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