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견제(牽制)

 스마트폰 시장의 대표적인 공룡기업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최근 특허 도용과 지식재산권 침해로 상호 소송에 나서면서 ‘특허 전쟁’이 촉발됐다.

 애플이 미국 지방법원에 디자인 도용 등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삼성전자를 제소하자 삼성전자가 한국·일본·독일 등 대표적인 스마트폰 격전지에서 통신 특허 침해로 애플을 제소했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애플이 소송을 제기한 미국 법원에도 제소할 계획이어서 이번 특허 소송은 당분간 스마트폰 업계의 최대 관심꺼리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반면, 수 조원대의 부품 거래를 다년간 이어왔던 양사는 ‘사업은 사업, 경쟁은 경쟁’을 강조하며 기존 거래 관계는 유지할 뜻을 내비쳤다.

 관련 업계는 양사의 이번 맞소송이 결국 ‘견제’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애플이 삼성전자를 제소한 것도 2년 전부터 이 회사가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을 대상으로 이어온 소송 레이스의 일환으로 이미 예고된 일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비해 오랜 기간 사전대응 차원에서 애플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대응 특허를 상당수 확보해왔다. 특허에 민감한 애플도 삼성의 이 같은 준비 작업을 오래 전부터 감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모두 서로의 전략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뜻이다.

 특허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유로 이번 소송을 대형 기업들이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일종의 ‘간보기’로 판단하고 있다. 서로 피하기 힘든 특허 침해를 내세워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글로벌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시장을 양분하는 대형 기업 간 ‘견제’ 차원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또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다. 양사의 특허 소송은 잠재적 경쟁자인 스마트폰 업계 전체를 대상으로 이번과 같은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두 기업은 상호 견제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를 견제하는 ‘양수겸장’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특허 침해 소송과 부품 거래를 분리해 ‘협력과 경쟁’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같이한 공룡기업들이 똑같은 ‘견제’의 속내를 가진 것이다.

 서동규 정보통신담당 차장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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