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주식이 50%나 올랐고 현대자동차 주식도 상당히 올라서 최근에 팔았어요. 솔직히 이 정도로 오를 줄은 몰랐는데, 덕분에 국산 대형차를 사려다 수입차를 살 수 있게 됐지요."(주부 문 모씨ㆍ서울 강남구)
"묻어뒀던 주식이 올라 모처럼 신사복 한 벌 장만했죠. 이탈리아 원단으로 만든 80만원짜리인데 반맞춤해주는 고급품입니다. 일반 기성복만 입어봤는데 몸에 딱 맞는 게 확실히 비싼 게 좋더군요."(대기업 직장인 유 모씨ㆍ서울 성동구)
"증시 덕분에 여윳돈이 생겨서인지 고가 캠핑 장비 구매를 늘리는 사람이 확실히 많아졌어요. 전부 1000만원쯤 되는 풀세트 구매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K아웃도어 업체 판매직원 L씨)
증시 활황에 따른 부의 효과(wealth effect)로 소비현장 곳곳에서 씀씀이가 달라지고 있다. 부동산은 사정이 다르다고 해도 적어도 증시만은 부의 효과를 분명 플러스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기본 상품 대신 고가품을, 단품 대신 풀세트를, 기왕이면 멋지고 폼나는 프리미엄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
21일 코스피는 2198.5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대 수혜자인 대기업 직원이나 증권가 일대 직장인들은 고급 슈트 정장에 명품 시계를 사면서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다. 모처럼 여윳돈이 생긴 가장들은 양복을 사고 가족을 위한 아웃도어 캠핑장비에 지갑을 열고 있다. 불황 상품으로 알려진 빨간색 립스틱 대신 여성들은 부드럽고 여유로워 보이는 파스텔 색조를 찾고 있다.
차도 국산 대형차 대신 1000만원가량 추가 지출을 해야 하는 수입차로 바꿔 사는 사람도 늘고 있다. 증시 호황을 보여주듯이 계약금만 1억원을 내야 하는 5억원대 벤틀리 자동차에는 대기자들이 줄을 섰다. 지난 3월 한 달간 수입차 판매 대수가 사상 처음으로 1만대를 넘어선 것도 증시 활황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달 수입차 구매자 가운데 2000㏄ 이하 소형차를 구매한 사람이 44%나 된다는 사실이 그렇다.
보통 국산 중대형차를 이용해본 사람이 중대형 수입차로 갈아타는데, 동급 국산차보다 1000만원 이상 비싼 수입 소형차가 이처럼 많이 팔린 것은 증시 활황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 생애 첫 차로 수입 소형차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폭스바겐 공식 딜러인 클라쎄오토 정성훈 팀장은 "매장에서 고객을 만나보면 분위기가 소비 쪽으로 흘러가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상위 부자들을 공략하기 위한 럭셔리카 출시도 줄을 잇고 있다.
람보르기니가 가야르도 LP560-4 비콜로레를 22일 출시하고 벤틀리도 3억원을 호가하는 신형 콘티넨털 GT를 27일 판매 개시한다. 5억원이 넘는 벤틀리 뮬산 모델은 계약금 1억원을 내고도 6개월 대기를 견디는 고객들이 줄을 섰다.
신사복도 잘 팔려나간다. 특히 젊은 고객들이 고가 정장을 사고 있다. 제일모직 갤럭시의 경우 봄 신상품이 4월 중순 현재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가량 신장했고, 고가 정장인 빨질레리는 21%, 캐주얼정장 엠비오는 30% 올랐다.
경기를 읽을 수 있는 지표로 꼽히는 립스틱 색깔도 변했다. 불황 시 여성들이 비교적 부담 없는 값에 화려하게 자신을 꾸밀 수 있는 빨간색 립스틱 대신 여유로워 보이는 파스텔 색조 제품 판매가 늘어난 것.
주가 상승은 백화점의 고가 상품 판매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세대 간에 소비 패턴도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은 코스피가 2000을 돌파한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명품 브랜드 매출을 살펴본 결과 전년 대비 58.7% 신장했다고 밝혔다. 특히 명품 주얼리와 시계 브랜드 등이 40.1% 신장하는 등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주가 상승에 따라 고급 가전제품 구매에 돈을 아끼지 않는 `통 큰 고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1~20일 250만원 이상 고급형 에어컨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 고용량 양문형 고급 냉장고 판매량도 늘어났다. 용량 840ℓ 이상의 고급형 양문형 냉장고는 300만원대로 기존 제품보다 2배 이상 비싸다. 지난 2~3월 하이마트 전체 냉장고 판매량에서 10%를 차지했던 고급 냉장고 판매 비중이 이달 들어 30% 까지 늘어났다.
TV 역시 지난해 1월 전체 TV 매출액에서 40% 수준이었던 LED TV 매출이 이달 들어 55%로 급증했다.
[매일경제 김지미 기자/유주연 기자/김은정 기자/차윤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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