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제안하고 대기업들이 팔을 걷어붙인 미국판 중소기업ㆍ대기업 `상생 프로그램`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20일 미국 백악관은 구글 시스코 아메리카익스프레스 등 3개 회사가 추가로 `스타트업 아메리카 파트너십`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구글은 청년 기업가들의 상품 광고 등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1억달러를 내놨다. 또 아메리카익스프레스는 중소기업이 보다 저렴하게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1억2500만달러를 출연했다. 시스코는 파트너십에 가입한 창업가나 기업인 중 6000명이 자사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스타트업 아메리카 파트너십` 프로그램은 자금 기술교육 등의 부족을 호소하는 창업가, 벤처기업 그리고 중소기업에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대기업들이 적재적소에 지원하는 미국판 상생 프로그램이다. 오마바 대통령 제안으로 지난 1월 31일 발족했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해 경제 회복 속도를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취지다.
이날 이들 3개 기업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선언함에 따라 프로그램 시작 3개월 만에 동참 기업이 인텔, IBM, HP, 페이스북 등 20개를 넘어섰고 이들이 내놓기로 한 자금도 6억2500만달러에 달한다.
이미 인텔은 2억달러, IBM은 1억5000만달러를 출연해 벤처기업 지원 자금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휴렛패커드(HP)는 2007년부터 진행해온 벤처기업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올해부터 4억달러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프로그램의 회장을 맡고 있는 AOL 공동 창업자 스티브 케이스 회장은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이 프로그램에 동참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상생프로그램 왜 나왔나=`스타트업 아메리카 파트너십` 프로그램은 사실상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시작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록적인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중소기업이 살아나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 고용의 7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이 현재와 같이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실업률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내년 말 재선을 위한 선거운동을 당장 시작해야 하는 오바마 대통령 처지에서는 실업률 향배는 재선 가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공화당을 설득해 420억달러 규모 중소기업 지원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소기업 대출 활성화를 위해 300억달러 규모의 기금을 만들고 중소기업의 설비투자와 감가상각에 대해 120억달러의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부실자산 증가를 우려한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꺼리자 정부가 재원을 마련해 중소기업 대출에 숨통을 터주자는 것이다. 지난해 말에는 월가의 거대 금융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금융위기 당시 정부로부터 진 빚을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 대출로 보답해 달라"고 강력히 주문한 것도 모두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중소기업 회생이 필수라는 판단하에서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기업에도 역시 일자리 창출을 주문해왔다. 지난 2월 7일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행한 연설에서 그는 "금고 속에 유보돼 있는 2조달러를 투자와 고용 확대에 투입해 달라"면서 "그러면 정부도 법인세를 낮추는 등 기업 성장을 막는 장벽을 제거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 프랭클린 델러노스 루스벨트 대통령은 기업인들 요구를 들어줬고, 기업인들도 국가를 위해 헌신했다"면서 정부와 민간기업 간 공조를 통해 경제를 일으키자고 호소했다.
정부와 민간기업의 공조, 그리고 성공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조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선택한 카드가 바로 `스타트업 아메리카 파트너십` 프로그램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프로그램의 핵심 동력으로 변화와 혁신으로 성공한 IT 기업을 꼽고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현재까지 `스타트업 아메리카 파트너십` 프로그램에 동참한 기업들이 대부분 IT기업이라는 점도 이 같은 오바마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음을 입증해준다. 특히 이 프로그램에 동참 의사를 밝힌 기업 대부분은 지난 2월 1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만찬을 가졌던 기업인이 CEO로 있는 회사라는 공통점도 있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 에릭 슈밋 구글 회장, 존 체임버스 시스코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 1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당시 만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워싱턴=매일경제 장광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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