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오피스]오피스 `제3의 혁명` 시작됐다

 “스마트 사회는 문화사적 대혁명이다.”

 이각범 국가정보화전략위원장의 진단이다. 우리 사회가 농경과 산업·정보사회를 넘어 이젠 스마트 사회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2011년 우리 산업계는 스마트 혁명으로 요동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근무환경이 진화한다. ‘하드 워크(hard work)’가 자취를 감추고 ‘스마트 워크(smart work)’가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았다.

 혁명의 중심은 ‘모바일 오피스’다. 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패드까지 빠르게 보급되면서 사무환경의 변화는 한마디로 ‘번개 진화’ 과정을 겪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모바일 오피스는 PC의 업무를 스마트폰으로 옮기는 수준이었다. 지하철로 움직이며 ‘이메일’을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변화로 여겨졌다. 여기에 실시간 모바일 메신저가 붙고, 전자결재·고객관계관리(CRM) 등도 속속 탑재되면서 스마트폰은 그야말로 ‘도깨비 방망이’로 불리기 시작했다.

 영업이나 마케팅 직원이 굳이 회사로 나오지 않더라도 고객 곁에서 일을 척척 해결할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 등 모바일 오피스를 일부 적용한 기업에서는 업무 효율성이 5~10% 향상됐다는 보고서까지 나왔다. 평균 10시간 걸리던 전자결재 승인시간이 1시간 단축되고 공지사항 확인시간도 5% 단축됐다.

 모바일 오피스의 진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있다. 이동성(모빌리티)을 강점으로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어우러지면서 다양한 솔루션과 비즈니스도 속출하고 있다.

 KT&G는 올해 간부직원 350여명에게 ‘세리CEO 모바일’ 강좌를 제공 중이다. ‘스마트 오피스’가 단지 일하는 도구에 머물지 않고 직원 재교육용으로도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회사는 아예 ‘사내 유튜브’ 서비스까지 시작했다. 회의 내용이나 공유할 정보를 UCC로 제작해 올린다. 시스코도 UCC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코 쇼앤드셰어(show and share)’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스마트패드의 출현도 새 변화를 불러왔다.

 KT가 전 직원에게 ‘아이패드’를 나눠주고 4월 ‘스마트워크’를 전면 도입했다. 삼성의료원은 ‘갤럭시탭’으로 의료정보시스템에 접속하는 ‘모바일 병원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모바일 오피스의 대중화 속도도 급류를 탄다.

 지난해 포스코·SK·코오롱·동부 등 대기업이 선도적으로 도입한 이후 최근에는 중견·중소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올해 초 선보인 중소기업용 ‘U+ 그룹웨어’는 서비스 2개월 만에 7000명의 가입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청은 모바일 오피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자 아예 15억원의 예산을 편성, 모바일 오피스 구축지원 시범사업까지 시작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447명의 국내 기업 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80%가 ‘3년 내 모바일 중심 오피스 환경이 열릴 것’으로 예상했다.

 폭발하는 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 역시 불붙었다.

 KT·SK텔레콤·LG유플러스 통신 3사가 일제히 ‘모바일 오피스’ 구현 솔루션을 내놓고 격돌했다. 삼성SDS·LG CNS·SK C&C·롯데정보통신 등 IT서비스 업체도 마찬가지다. 그룹 내 통신사와 IT서비스 업체가 똑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영역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더존비즈온·웹케시·한글과컴퓨터 등 국내 주요 솔루션 업체는 물론이고 사이베이스·IBM·오라클·시만텍 등 해외 업체도 줄줄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최근에는 다양한 단말의 호환성을 갖춘 ‘모바일 기업 애플리케이션 플랫폼(MEAP)’ 개발을 놓고 국내외 컴퓨팅 기업의 경쟁도 불꽃을 튀기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 오피스 혁명에 대한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현대캐피탈 해킹, 농협 전산망 마비 등의 대형 보안 사고가 잇따르면서 비관론은 더욱 무게를 얻는 양상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Geinimi.A/B/B1/D’라는 민감한 정보를 훔쳐 공격자에게 전송하는 트로이 목마가 등장하면서 우려는 한껏 고조된 상황이다.

 석창규 웹케시 사장은 “모바일 오피스 환경도 PC와 비슷한 보안까지 탑재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기능과 성능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문화의 변화도 모바일 오피스 확산의 관건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에 전사자원관리(ERP)가 처음 도입됐을 때 기업이 경험했던 혼란이 모바일 오피스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면 위주의 회의 문화를 고수하는 기업문화에서 모바일 오피스는 그야말로 ‘개발에 편자’처럼 부자연스럽다. 예전 일부 기업이 ERP를 도입하고도 활용하지 못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태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은 “모바일 오피스로 대변되는 ‘스마트 워크’는 IT가 인간 삶과 미래사회 구조를 재창조하는 사회 패러다임 변화를 의미한다”며 “이 같은 변화가 성공하려면 조직 문화와 제도의 재정비가 선결과제”라고 지적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