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 <36>함정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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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방을 속여 골탕먹이거나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수단.

 일본 인기 만화 ‘유희왕’에 등장한 카드 게임에서 유래했다. 주인공이 어둠의 게임을 하며 악당을 무찌른다는 내용의 이 만화엔 몬스터카드·마법카드 등 다양한 카드가 등장한다. ‘함정 카드’는 특정 조건들이 맞을 때 상대 공격을 무력화하거나 방해해, 약한 카드를 가지고도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카드다.

 유희왕 트레이딩 카드 게임을 플레이하는 흑인 남성이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란 글귀와 함께 함정 카드를 들고 득의만만한 썩소를 날리는 짤방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유머나 사진 등이 소개된 게시물인 것처럼 꾸미고, 클릭하면 ‘함정 카드’ 짤방이 나오는 것이 일반적 형태다. 기울어진 승부에 예상치 못한 반전을 이끌어 내는 함정 카드의 의외성이란 특성을 내용은 없이 솔깃한 제목만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인터넷 낚시질 문화에 적용한 현상이다.

 이 짤방은 작년 하반기부터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 네티즌의 주요 놀이 문화의 하나로 떠올랐다. 인터넷에 ‘함정 카드’ 짤방을 올릴 땐 ‘유희왕’ 주제가를 배경음악(BGM)으로 깔아주는 것이 관례다.

 이 표현은 단순히 인터넷 낚시용 짤방을 가리키는 말을 넘어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들기 위한 논리적 함정이나 상대의 요구를 무시하는 행위로 의미가 확장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 공약의 하나로 추진하던 동남권 국제공항 건설 계획을 백지화한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에선 ‘대선 공약을 지키라’는 지역 주민의 요구에 정부가 ‘함정 카드’를 발동했다며 여론이 들끓고 있다.

 동남권 국제공항 건설은 처음부터 타당성이 없었기 때문에 이 공약 자체가 당시 이명박 대선 캠프가 눈 앞의 표를 위해 스스로 함정 카드를 집어 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생활 속 한마디

 A:퇴직 대신 안드로메다 지사 자원하려고요. 3년 일하면 죽을 때까지 매년 10억원 연금 나온대요.

 B:거기 가는 데만 수천년 걸릴텐데요. 그건 함정 카드 집는 거예요.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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