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적자생존, 우문현답

 ‘적자생존’과 ‘우문현답’

 최근 국가 출연연구소 연구원들로부터 들은 연구개발(R&D) 관련 격언들이다.

 여기서 적자생존은 생존경쟁에서 환경에 잘 적응한 개체에 생존 기회가 보장되는 것을 말하는 적자생존(適者生存)이 아니다.

 연구과정이나 생산현장에서 꼼꼼히 내용을 정리하고, 이를 잘 적는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의미다. 실제 연구현장에서는 기존의 매뉴얼을 그대로 따라도 동일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일이 빈번하다. 소위 장인이라 불리는 현장형 전문가들은 자신만의 노하우를 때 묻은 노트에 빼곡히 적어 갖고 있는 경우도 많다. 연구개발 성과를 극대화하고 이를 후대에 잘 전달하기 위해서도 좋은 기록은 중요한 일이다.

 연구원들이 말하는 우문현답도 어리석은 질문에 대한 현명한 대답이라는 뜻의 우문현답(愚問賢答)이 아니다.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의미로 앞 글자를 따 실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표현이다. 연구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책상 머리에 앉아 고민하거나 보고서만 뒤적일 것이 아니라 실제 문제가 있는 곳에 가서 보다 적극적으로 해법을 찾아보는 게 더 중요할 때가 많다. 현장의 미세한 온도나 습도 차이, 현장 인력의 미세한 습관 등도 최종결과에 영향을 주기 쉽다. 때문에 연구원들은 현장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이다.

 두 가지 표현 모두 재미있는 말장난 정도로만 치부할 것은 아니다.

 우리가 원천기술 강국으로 꼽고 있는 일본은 오랜 노하우를 쌓아온 현장형 장인들에 대한 존경이 우리보다 월등하다. 이들은 천재형 인재에 비해 창의성이 떨어지고 과학적 검증 능력은 낮더라도 최종 성과물을 완성하는 데 꼭 필요한 해법을 제시할 때가 많다.

 우리나라는 조립 완성품 제조에서는 강자에 올랐지만 부품·소재에서는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매뉴얼에 입각한 최고의 생산능력은 갖췄지만 미세한 현장 노하우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현장형 인재를 더 대접하고 이들의 노하우를 잘 활용, 전달한다면 우리나가 R&D 역량도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

 김승규 전자담당 차장 seu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