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연내에 해외 공장 2곳을 추가로 건설한다.
글로벌 판매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생산시설을 확충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연생산 700만대를 넘어 800만대 체제로 가겠다는 전략이다.
양승석 현대차 사장은 지난 24일 서울대 경영대에서 열린 특강에서 "올해 해외 공장 2곳을 추가로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 사장은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현대차그룹의 내부 의사결정 시스템이 빨라졌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일주일이면 공장 착공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국내 350만대와 해외 313만대 등 모두 663만대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40만대 규모의 현대차 베이징 3공장과 지난달 착공한 15만대 규모 브라질 공장이 완공되면 내년 말께 생산능력은 718만대로 늘어나게 된다.
추가로 공장을 2곳 지을 경우 생산능력은 800만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최근 판매 추이를 보면 현대차그룹이 추가로 공장을 지어야 하는 이유가 나온다. 2007년 400만대에도 못 미치던 현대ㆍ기아차 판매량은 지난해 575만대까지 치솟았다. 연평균 10% 이상 꾸준히 성장해온 것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올해 현대ㆍ기아차 합쳐 633만대를 팔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633만대는 현재 생산능력 663만대의 95% 수준이다. 사실상 공장을 365일 풀가동해야 달성할 수 있는 규모다. 특근과 잔업 등을 늘려 생산능력을 일부 확대할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추가 공장 건설로 이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빅3 업체로 도약하기 위해서도 추가 생산능력 확충은 중요하다.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GM은 843만대, 도요타는 832만대를 판매하며 1, 2위를 차지했다. 이어 폭스바겐 711만대, 르노-닛산 635만대며 현대차그룹은 575만대로 5위를 달리고 있다.
양승석 사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동차업계는 3강(도요타 GM 폭스바겐) 2중(현대ㆍ기아, 르노-닛산)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현재 판매 추세를 계속 이어나가면 현대ㆍ기아가 3강에 들어가는 것도 꿈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폭스바겐과 르노-닛산을 제치려면 최소 800만대에 육박하는 생산능력이 필요하다. 30만대 규모의 공장 2곳 정도는 추가로 건설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이 생산능력을 확대할 지역으로는 인도와 미국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도의 경우 인도 내수뿐 아니라 수출 기지로도 훌륭한 기능을 하고 있다"며 "이미 생산능력인 60만대를 넘어서는 조업이 이뤄지고 있어 추가 증설이 꾸준히 논의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점유율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미국도 증설 가능성이 높다. 현재 현대차는 앨라배마, 기아차는 조지아에 각각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두고 있다.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아직 풀가동되지 않고 있지만 하반기부터 K5(수출명 옵티마) 현지 생산이 이뤄질 경우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양승석 사장은 최근 일본 대지진에 따른 자동차업계의 어려움도 얘기했다. 현대차그룹이 일본 부품에 의존하는 비율이 1%도 채 안 되지만 부품 제작에 필요한 각종 소재에서 일본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양 사장은 "글로벌 공급망 체계를 갖고 있는 자동차업계 특성상 부품 1~2개만 문제가 생겨도 자동차를 만들어낼 수 없다"며 "대지진 초기에는 정확한 영향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일본에서 수입하는 전자계통 부품은 독일로 급하게 조달처를 바꿨다. 양 사장은 "(독일 제품)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본 본토가 아닌 태국의 일본 공장에서 부품을 조달하기로 한 것도 있다.
양 사장은 "부품 조달처를 한 번 바꾸려면 최소 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천재지변이 일어날 경우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많은 자동차업체가 국산화율을 높게 가져간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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