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HG(현대)와 더 프레스티지 K7(기아), 알페온(한국GM) 간 준대형 승용차 3파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랜저HG가 순항하고 있는 가운데 K7과 알페온 등이 새롭게 부상하는 양상이다.
24일 기아차에 따르면 현대차의 그랜저HG와 동일한 엔진을 장착하고 지난달 출시된 더 프레스티지 K7이 출고 이후 한 달여 동안 5000여 대의 계약대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두 달간 그랜저HG가 총 1만7049대 판매된 반면 K7은 3647대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 1월 그랜저HG 출시를 전후해서는 K7의 판매가 크게 줄었다. 하지만 신형 엔진을 장착한 K7의 계약대수는 지난 두 달간의 판매 실적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쏘나타 아반떼 등과 유사한 신형 그랜저 디자인에 실망한 고객들이 K7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그랜저와 동일한 엔진을 장착했지만 디자인이 차별화됐다는 마케팅 포인트가 고객들에게 먹혀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입 유망 고객과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리서치회사인 마케팅인사이트가 조사한 준대형 차량 디자인 조사에서도 K7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K7의 점수는 779점인 반면 그랜저는 727점에 그쳤다. 특히 그랜저는 외관과 실내 평가에서 K7뿐 아니라 알페온에 뒤질 정도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지난해 준대형 시장을 평정한 것은 K7이다. 지난 한 해 동안 4만2446대를 판매해 그랜저의 3만2893대를 넘어섰다. 그랜저가 준대형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놓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가장 값이 싼 엔트리 모델에서도 K7 가격이 그랜저에 비해 130만원 가량 싸다. 실내 공간은 비슷하지만 K7의 뒷좌석 공간이 넉넉해 보인다는 점과 차체 길이도 K7이 그랜저에 비해 더 큰 점 등도 K7의 차별화 포인트가 되고 있다.
한국GM의 알페온도 매월 1000대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르고 있다. 알페온은 경쟁 차종에 비해 연비가 떨어지고 실내 공간이 좁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승차감과 정숙성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준대형임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의 느낌을 주는 웅장한 내ㆍ외부 디자인은 알페온만의 차별화된 강점으로 꼽힌다.
한국GM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 연비와 출력이 강화된 알페온 e어시스트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알페온의 중후한 디자인에 고성능이 결합된 형태"라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이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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