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보, 사이버 대출 마당 `개점휴업`

 중소기업이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도록 중개하는 기술보증기금의 ‘사이버 대출 마당’이 문 연지 한 달이 지나도록 이용 실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보 방법, 은행 참여 조건 등을 개선해 제도 도입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에 따르면, 지난 2월 중순 첫 선을 보인 ‘사이버 대출 마당’은 한 달가량 지난 24일 현재 대출 중개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참여도 한 곳에 불과했다.

 기보 관계자는 “전산 구축을 완료하고 지난달부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홍보 부족 등의 이유로 거래가 아직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사이버 대출 마당은 중소기업이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은행과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다. 중소기업이 기업정보·재무정보·대출요청정보 등을 온라인에 등록하면 은행은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제공 가능한 금리 등을 제시, 조건이 맞으면 대출이 성사된다. 그동안 대출이 필요할 때면 은행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했던 중소기업으로서는 더욱 편리하게 운용자금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제도 시행을 확정함에 따라 시스템이 선을 보이게 됐다.

 그런데도 중소기업들이 기보의 제도를 외면하는 이유는 실질적인 상품 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러 은행이 참여해야 다양한 상품이 올라와 좋은 조건을 찾는 중소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현재 등록된 은행은 기업은행 단 한 곳뿐이다. 따라서 금리 등의 조건이 같을 수밖에 없다.

 은행 일괄 가입이 아닌 지점 별로 가입해야 한다는 점도 제도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기보 관계자는 “지점별로 회원 가입을 해야 하므로 영업 부서에서 지점마다 방문해 제도를 홍보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고 토로했다.

 반면 사이버 대출 마당과 유사한 제도인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의 ‘온라인 대출 장터’는 지난 18일 기준으로 2106건이 신청돼, 1414건이 승인을 받았다. 지난 1월 21일 문을 연지 두 달 만에 총 1272억원이 장터를 통해 대출됐다. 은행 간의 유치 경쟁이 이뤄지면서 자연스레 금리가 낮아지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은행 일괄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도 은행 유치에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신보 관계자는 “장터에서 거래된 금액은 아직 전체 대출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만 의미 있는 수준”이라며 “초기에 홍보가 잘 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시행 초기라서 정상궤도에 오르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중소기업이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도록 돕는다는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은행들의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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