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발 최악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미국 경제 인프라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절대 무너질 리 없을 것 같았던 대규모 금융기관들이 허무하게 쓰러졌다.
GM, 크라이슬러, 메릴린치, 시티은행 같은 대기업이 붕괴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 앞에서 전 세계 학자와 언론들은 설왕설래를 반복했다. 몇몇 악독한 경영자들의 탐욕, 모기지 등 잘못된 정책에서부터 자본주의의 잔인한 본성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많았다. 과연 자본주의는 무자비한 야수인가. 불황은 왜 시작되는 것일까.
이 책은 바로 이런 도발적인 질문에서 시작한다. 역사 원동력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루시퍼 원리’와 집단 선택주의에 따라 인류의 진화를 설명한 ‘집단정신의 진화’로 과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하워드 블룸이 자본주의의 진화를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지난 400여년간의 역사를 분석해보면 경기침체는 매 4.75년마다 한 번씩 오고, 경제대공황은 67년마다 한 번씩 온다고 한다. 누구나 생애 한 번 정도는 경제대공황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제 불황을 유발하는 것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일부 악독한 인간의 탐욕이나 잘못된 정책 혹은 기술 변화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타고난 생물학적 유전자다.
하워드 블룸은 우리가 속한 집단의 바이오 사이클이 변화할 때 경제 불황이 유발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붐과 붕괴의 사이클은 인류의 성공적인 생존에 결정적 기여를 한 ‘진화 탐색엔진’이라고 역설한다. 바로 이것이 자본주의의 메커니즘 속에 숨어 있는 가장 근본적인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2008년 금융위기에서 시작해 1929년 경제대공황, 1931년 금융위기, 1720년 남해 버블과 미시시피 버블까지 자본주의 역사상 발생한 굵직한 경제위기를 하나하나 분석했다. 이를 통해 붐과 붕괴의 사이클은 인류를 생존하게 한 결정적 진화 장치였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붐과 붕괴의 사이클은 인간 세계에만 존재하는 현상이 아니다. 박테리아, 조류, 벌 등 집단생활을 하는 모든 것들은 새로운 정보의 탐색, 수집한 정보의 통합, 용도변경의 과정을 되풀이한다. 필자는 우주 탄생, 최초의 생명체 탄생, 개체 증가 등 붐과 급감 현상을 반복하는 생태계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우주 모든 것의 진화를 이끈 원동력을 추적한다.
하워드 블룸 지음. 김민주, 송희령 옮김. 타임북스 펴냄. 2만5000원.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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