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겠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1기 위원장 재임기간 3년 동안 줄곧 직원들의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며, 쪼그라든 조직으로 인한 인사적체 해소와 직원 사기진작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공무원들의 사기진작 요건은 뭐니뭐니해도 ‘승진’이다. 그런 점에서 방통위 조직은 출범 당시부터 풀이 죽을대로 죽어 있었다. 본부 기준으로 인원은 늘어났지만, 과장급 이상 승진자리는 오히려 줄었다.
옛 정보통신부와 그 정통부에 맞먹는 규모의 방송위원회가 통합했음에도, 실제 자리는 축소되는 기현상을 보인 것이다. 방통위 공무원들은 불만을 누르고 일단 현실에 순응하며 미래를 기약했다.
하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현실적인 심각성은 커져만 갔다. 외곽으로 빠졌던 공무원들은 들어올 자리가 없어 떠돌았다. 특히 조직 규모가 줄어든 부처까지를 모두 포함해 대국·대과제를 시행하면서, 보직을 가지고 있던 공무원까지 강등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2기 방통위 구성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면서 잠시 잊혀졌지만, 현재도 여전히 위성처럼 여기저기 떠도는 국·과장들을 보는 직원들의 사기는 2기에서도 크게 달라질 동인은 없어 보인다. 2기 방통위에서도 여전히 술잔을 기울이는 공무원들의 주요 안주거리에는 타부처로 떠난 동료와 후배들에 대한 근황과 부러움이 담길 것이다.
최시중 위원장은 지난 1기에서도 자신의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방통위 직원들은 보다 근원적인 처방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인 2기를 더욱 두려워한다.
정치 소용돌이 속에서 그냥 이대로 세월이 흘러 IT 주무부처로서의 방통위 역할도 희석되고, 다음 정권에서 더 철저하게 공중분해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통위 설치법 상에 버젓이 명기된 진흥 기능은 그냥 문구 상에만 존재했던 기록으로 남을 수 있다. 특히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쟁에 묻혀 위원장의 가슴 속에서 조직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낄 겨를이 없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도 방통위 직원들의 우려다.
방통위 직원들은 2기를 시작하는 최시중 위원장에게 ‘이제는 강력히 나서줄 때’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지금이 아니면 ‘힘 있는 위원장’에 기대를 걸며 따라온 직원들의 가슴에는 실망만이 남을 수 있다.
통신전문가도 공무원 출신도 아닌 인사가 부각되는 등 논란에 논란을 거듭했던 방통위 청와대몫 상임위원 자리에 순수 공무원, 순수 IT 출신의 신용섭 씨(방통위 실장으로 퇴임)가 내정됐다. 신 전 방통위 실장은 방통위 인사적체를 고려, 후배들을 위해 용퇴를 결정하며 방통위 직원들로부터 강한 지지를 받은 인물이다. 최시중 위원장 말마따나 임명은 청와대에서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위원장의 의지도 크게 작용했다.
신용섭 2기 상임위원의 탄생을 방통위는 최 위원장의 ‘직원 사기진작 약속’의 첫 걸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최 위원장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중앙전파관리소 광역화 작업도 올라갈 자리가 확대된다는 측면에서 직원들의 사기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진흥기능 강화를 통한 근원적인 처방을 마련해야 한다. 또 방송통신 분야를 담당하는 국가담당 해외주재관이 타 부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도 개선해 통신방송의 글로벌화를 꾀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통부에 흡수 통합되는 과정에서 자의반 타의반 공무원 신분을 갖게 된 옛 방송위 출신 공무원들의 근황과 애환도 꼼꼼히 챙겨, 갈등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그들 가운데는 몇 년의 ‘연공’을 포기해야 했던 쓰라림을 간직한 채 묵묵히 주어진 일에 열중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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