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와 일부 정치인들이 게임 업계에 책임을 전가한 ‘인터넷게임 중독 부담금 입법안’은 법적 검토도 거치지 않은 상식 이하 주장이라는 법률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준조세 형식의 현 기금은 위헌 가능성이 짙다는 설명이다.
이정선·유승민 의원(한나라당) 등 10명의 국회의원은 지난 18일 ‘게임중독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업계가 이익의 일정부분을 중독 예방·치료 사업에 기금으로 출연’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청소년보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에 따르면 여성가족부장관은 인터넷게임 제공자로부터 예방·치료센터의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매출액의 100분의 1 이하 범위에서 부과·징수할 수 있다.
이 법안의 핵심은 법적장치를 통해 공적기금을 부담금 형태로 원천징수하자는 내용이다. 현재 시행되는 부담금의 종류는 △수익자 부담금 △원인자 부담금 △손괴자 부담금 △특별 부담금 등으로 크게 나뉜다. 원인자 부담금의 대표적인 예는 환경개선부담금과 ‘담배 부담금’으로 알려진 건강증진 부담금이 있다.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게임을 카지노·경마·스포츠토토같은 사행산업과 나란히 비교했다. 게임이 사행산업과 마찬가지로 중독 등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만큼 게임을 만드는 사업자가 관련 예산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과 교수는 “준조세를 부과할 때는 헌법의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엄격하고 타당한 조건이 필요하다”며 “특히 이처럼 (예방과 치료 기금 마련을 위한) 재정조달 목적일 때는 헌법적 정당성이나 유용성이 확보해야 하는데, 면밀한 검토나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못 박았다.
황승흠 국민대 법학부 교수도 “부담금을 적용하려면 명확한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하는데 게임과 중독은 아직 의학계에서도 담배나 술처럼 증명된 사례가 없다”며 “(이정선 의원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언급된 방송발전기금 사례도 조세가 아니며 방송이 공공재인 주파수를 할당받았기 때문에 내는 이용료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이어 “공공재를 이용하지 않고 카지노처럼 권리설정을 받는 사업도 아닌 게임사에 중독 치료와 같은 비용을 부담하자는 의견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셧다운제를 비롯해 현재 논의 중인 게임 규제 관련 법안은 중독을 전제로 감정적으로 시작돼 결국 돈 이야기로 끝난다”라며 “진지한 고민 없이 ‘나쁜 것이니까 부작용 고치게 돈 내놔라’라는 발상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KT경제경영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한국 게임산업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보고서에서 각종 정책적 규제로 인해 게임 산업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 현상이 미국의 음반 및 영화산업의 태동기 나타난 갈등이나 한국의 만화 추방 운동 등 선례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kr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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