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 중국기업은 북한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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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과 중국의 경제교류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2010년 북·중 교역규모는 전년대비 29.3% 증가한 34억달러를 기록했다. 탈냉전 이후 북한의 무역은 중국, 일본, 한국 3개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80% 가까이 됐다. 그런데 일본이 먼저 대북 무역제재를 취한 이후, 한국도 지난해 천안함 폭침 이후 대북 교역 전면 중단조치를 취함에 따라 일본 및 한국과의 교역이 대부분 중국으로 옮겨갔다.

 과거를 한번 돌이켜 보자. 북한과 일본이 이른바 국교정상화 회담을 개최하던 시절인 1990년대 초반, 일본의 배상금 지급에 관심을 보인 일본 기업은 북한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아울러 조총련계 기업인들도 북한에 진출했다. 마치 북한이 금방이라도 변화할 것이며, 북한에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 당시에는 북한의 대일 무역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그런데 불과 몇 년 만에 북한과 일본의 수교협상은 중단됐고, 조총련계 기업은 대부분 쫓겨나다시피 북한 땅을 떠났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남북관계의 시대가 도래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남북교역은 빠른 속도로 확대됐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의 대규모 사업은 물론이고 평양을 중심으로 한 임가공 사업 및 농수산물 교역 등이 비교적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일본이 북한에 무역제재를 가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일본과의 교역 물량이 대부분 한국으로 넘어왔다. 중국 다음으로 북한의 대남 교역 의존도가 높아졌다. 마치 남북관계에 더 이상 깨질 수 없는 확고한 틀이 마련됐으며, 북한은 조만간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했다. 그런데 2010년 천안함 폭침으로 남북경협은 개성공단을 제외하고 전면 중단됐다. 연이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경협 회의론이 나오고 있던 차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남북경협에 참여했던 기업들은 북한 땅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중국기업이 그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북한은 정상적인 대외무역을 할 수 없다. 국제금융기관들이 신용도가 낮은 북한의 금융기관과 거래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북한과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제3국을 경유하든지, 현금 거래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를 대체해 주고 있는 세력들이 바로 중국의 화교, 조교, 조선족 교포 등이다. 한번 맞물려 들어간 거래는 자전거와 같이 계속 돌아가야만 쓰러지지 않듯이, 이들과의 거래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 이들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조총련계 기업, 한국기업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여기에 조만간 북한이 변화할 것이라는 또 다른 기대를 가진 중국기업들이 중국정부의 자금지원을 기대하며 움직이는 모습 역시 1990년대 일본과 2000년대 한국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중요한 점은 북한이 변할 것이냐의 문제다. 아무리 중국이라고 해도 북한이 변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일본도, 한국도 북한이 변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변하지 않았다. 중국도 변할 것으로 기대하고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지금 북한에 하는 것처럼 눈치 보기로 일관한다면 북한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기업들도 어떤 계기가 됐든 씁쓸하게 북한 땅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과 한국이 과거의 경험을 가지고 북한의 변화를 요구하듯이 중국도 북한의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중국기업들을 중국 스스로 보호하는 길이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yongsueng.dong@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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