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체르노빌` 전문가 전망 엇갈려

날로 악화되는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제2의 체르노빌`에 이를 가능성이 있을까.

각국의 여러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심각성이 지난 1957년 스리마일섬 사고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데는 대체로 일치했으나 체르노빌과 같은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7등급으로 발전할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로이터 통신과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유엔 방사능영향과학위원회(UNSCEAR)의 책임자 맬컴 크릭은 이번 사고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나 체르노빌에서는 노심 전체가 폭발했고 대량의 열과 대기 높이 날아간 것들이 많이 있었다"며 `제2의 체르노빌`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영국 존 틴들 핵연구소의 로렌스 윌리엄스 핵안전학 교수도 "현 시점에선 폭발력으로 작용하는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다"며 "핵연료가 그냥 녹거나 분해, 가열돼 스리마일섬 사건에서처럼 함몰돼 하나의 덩어리로 무너져내릴 것"이라며 체르노빌식 폭발 가능성을 부정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맬컴 그림스턴도 "핵분열이 중단된 지 거의 5일이 지났고 방사성 요오드의 수준도 애초의 3분의 2 정도밖에 안 되며, 방사선 수준이 높지만 오래 못 가는 다른 물질들은 지금이면 다 사라졌을 것"이라며 비슷한 전망을 제시했다.

반면 스리마일섬 사고 당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위원장을 지낸 빅터 길린스키는 후쿠시마 원전의 "다른 원자로 격납용기가 뚫린 점을 감안하면 사용 후 연료봉 저장 수조에 물이 없을 경우 실제 방사선 유출 정도는 체르노빌 범주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핵군축 연구기관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도 사이트에서 이번 사고가 "더 이상 4등급으로 볼 수 없다"며 "6등급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운이 나쁘면 7등급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핵무기 확산방지 단체인 플라우셰어스 펀드의 조 시린시온 회장도 "스리마일섬 사건을 한창 넘어서서 체르노빌 사건 쪽으로 들어서고 있다"며 "최소 5등급, 아마 6등급이며 7등급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린피스의 국제 핵 캠페인 책임자인 잰 베라넥은 "최악의 경우에도 방사성 구름이 대기에서 그리 멀리 가지 않을 것"으로 "이는 세계에는 좋지만 일본에는 나쁜 소식"이라며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 지역이 일본에 국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발전소 인근 일부 지역이 심각한 세슘 등 오염으로 체르노빌처럼 최소 수십년 간 거주 불가능하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미 천연자원보호협의회(NRDC)의 톰 코크란 수석과학자는 이번 사고가 "스리마일섬보다는 조금 나쁘지만 체르노빌과는 거리가 있다"며 다만 노심의 녹은 핵물질을 격납용기가 차단할지 여부 등 불확실한 변수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그간 노심용해가 벌어질 확률이 원자로 개당 1만년 중 한 차례로 추산돼 왔으나 실제로는 스리마일섬, 체르노빌에 이어 이번까지 지난 30년간 500개가 안 되는 원자로 중 세 차례나 발생했다며 이는 좋은 통계수치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제의 원자로와 유사한 원자로에서 29년간 일해 온 미국 전문가 아니 건더슨은 일본이 연료봉 저장 수조에 물을 퍼붓고 있는 것에 대해 "본의 아니게 임계상태를 만들어 원자로 내부에서와 비슷한 핵반응을 수조에서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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