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쓰나미 전문가 `전무`…대응 어려워
일본 지진 해일(쓰나미) 피해로 한반도에도 쓰나미 공포가 확산되고 있으나 우리나라 기상청에는 쓰나미를 전공한 전문가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쓰나미에 대한 대응 방안은 물론이고 쓰나미 발생 시 침수 예상도와 최적의 대피로를 보여주는 지진해일대응 시스템은 예산부족으로 2013년이 지나야 구축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50년 이내에 한반도에 쓰나미 피해를 줄 수 있는 진도 7.0 이상의 지진이 일본 서쪽 연안 바다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5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쓰나미 규모와 한반도 도달시간 등을 예보하는 기상청에 쓰나미를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은 전문가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기상연구소에 석사급 인력이 한 명 있지만 주로 조류 등 해양 기상과 관련된 연구를 겸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상청의 쓰나미 예·경보 체계는 일본 서쪽 연안 바다 지진 발생을 전제로 시뮬레이션해 놓은 컴퓨터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령 일본 서쪽 연안 20㎞ 지점에서 진도 7.6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한반도 도착시간은 90분, 파고는 5m’ 등의 시나리오 데이터를 불러와 그대로 예보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복잡한 유체역학으로 진행되는 쓰나미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 한계가 많다. 특히 우리나라 기상청이 슈퍼컴퓨터 등 좋은 하드웨어 인프라를 갖추고도 종종 일기 오보가 잦은 것도 예보전문가 부족 때문인 것을 감안하면 쓰나미 예보시스템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쓰나미를 연구한 수십명의 석·박사 인력을 보유한 일본 기상청도 이번 쓰나미 도달시간을 정확히 예측하는 데 실패했다.
이호준 삼성화재 방재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일본 서쪽 연안 바다에서 쓰나미가 발생하면 한반도에는 100분 이내 도달하는 만큼 30분 내 경보가 이뤄져야 효과적인 주민 대피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기상청에 전문가가 없는 지금으로서는 긴박한 상황에서 우물쭈물하다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조용식 한양대 교수(건설환경공학과)는 “지난 1993년 일본 서쪽 연안 바다에 7.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일본에서 130명이 사망하고 국내에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이미 있다”며 “기상청에 적어도 연구(R&D)를 주도해나갈 박사급 인력 한 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현재 전문교육 강화, 인력 충원 등의 계획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예보에 이은 대응시스템 역시 무방비 상태다.
소방방재청이 지난해부터 ‘지진해일대응 시스템’을 구축 중이나 현재 동해안 4개 지역의 침수 예상도를 만든 데 불과하다. 올해도 침수 예상도를 추가할 예정이나 예산이 4억원밖에 되지 않아 7개 지역에 그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당초 43개 지역을 목표로 한 이 사업은 2013년이 지나야 완료된다. 총사업비가 16억원 정도지만 매년 찔끔찔끔 편성돼 사업기간은 그만큼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홍성진 방재연구소 연구관은 “침수 예상도 등이 마련되면 최적의 주민대피로 등을 빠르게 알려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일본은 지방 현이 직접 쓰나미 대응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이런 대응시스템을 자체적으로 운용할 정도”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