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전쟁은 끝났다, 이젠 앱·콘텐츠로 승부

모바일 생태계(에코시스템) 구축을 둘러싸고 모바일 2차 전쟁이 시작됐다. 과거 디바이스 간 각개 전투(Battle of Devices)였다면 이제는 생태계 전쟁(War of Ecosystem)이 벌어지고 있다. 생태계 전쟁은 자연스럽게 이뤄진 대륙별 분업을 기반으로 한다. 모바일 운영체제(OS)는 북미(애플ㆍ구글), 칩과 디바이스 제조는 아시아(삼성ㆍHTCㆍLG), 서비스 혁신은 유럽(보다폰ㆍ도이치텔레콤ㆍ오랑주)을 위주로 구조가 잡히고 있다.

우선 OS를 보자.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에 따르면 2010년 4분기 기준 미국 시장에서 32.9% 점유율로 OS별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노키아(30.6%)와 애플(16%)을 완전히 제친 것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에 기반한 스마트폰 종류만 170여 개를 만들어냈다. 구글은 스스로 제품을 만들지 않고 제조 역량이 뛰어난 삼성 HTC LG 등과 손잡았다. 안드로이드는 무료로 개방돼 있는 데다 애플 아이폰의 대항마를 만들고 싶은 제조사들로서는 안드로이드 OS가 가장 매력적인 대안이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생태계 조성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중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1`에서도 부스 전면에 구글 이름이 아닌 안드로이드를 내걸고 제조사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에릭 슈밋 CEO는 "안드로이드에 기반을 둔 스마트폰은 매일 35만개가 개통되고 있으며 전 세계 69개국 169개 이동통신사가 채택했다. 안드로이드마켓에 올라온 애플리케이션(앱) 개수는 지난 9개월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15만개를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확장세를 거듭하자 애플도 최근 아이패드2를 발표하고 오는 6월 중 아이폰5 발표 계획을 루머로 확산시키는 등 대응책에 나섰다.

애플은 병가 중으로 알려진 스티브 잡스 CEO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예르바부에나센터에서 직접 40여 분간 프레젠테이션을 주도하면서 아이패드2를 공개했다. 잡스 CEO는 이 자리에서 경쟁사 구글을 의식한 듯 생태계를 강조했다.

잡스는 "앱스토어, 아이튠스, 아이북스 등 3개 장터에 결제를 위한 계정을 만든 아이디가 무려 2억개다"고 말했다.

앱 개발자와 애플이 앱 판매로 얻는 수익을 7대3으로 분배하면서 앱스토어를 키우고 덩달아 애플의 수익성도 높인 것은 남보다 앞서 생태계가 갖는 중요성을 꿰뚫어봤기 때문이다. 보다 큰 생태계는 애플이 구글에 맞서 싸우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모바일 생태계란 단말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 앱, 구매 방식, 광고, 검색, 소셜미디어, 지리정보서비스 등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사용과 연관된 모든 것을 포함한다.

개별 디바이스로 각개 전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생태계 전체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시장 장악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애플은 이 같은 방식을 통해 전 세계 아이폰을 무려 1억대, 아이패드를 1500만대 팔았다. 앱스토어나 아이튠스로 인한 수익은 물론이다. 애플은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 2958억달러(약 331조원)로 정보기술(IT) 업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미 늦었지만 노키아와 배타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등 생태계 구축에 열심이다. 스티브 발머 MS CEO는 "과거 기기 간 전투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생태계 전쟁"이라면서 애플의 아이오에스(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한참 밀리고 있는 자사의 윈도폰7 OS를 애써 3강 체제 속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조는 이제 아시아로 넘어왔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만드는 업체들은 한국(삼성ㆍLG) 대만(HTC) 중국(폭스콘) 등 아시아에 집중됐다. 모토롤라만 북미 제조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OS가 안드로이드로 같아지고 스마트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주요 부품도 공통적으로 쓰게 되자 이들 제조사들은 다른 부가적인 요소를 제품에 덧붙이면서 차별화하고 있다.

삼성의 `갤럭시S2`는 진저브레드에 `슬림` 요소를 부가했다. 8.49㎜ 두께에 116g 무게로 현존하는 안드로이드폰 가운데 가장 얇고 가볍다. LG는 `옵티머스3D`라는 스마트폰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3D(3차원 입체 영상)를 가능케 했다. 일반적인 스마트폰 기능도 갖췄지만 3D로 동영상 촬영 및 감상이 가능하다.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 플레이`는 게임 기능을 강조했다. HTC는 `차차`라는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능을 대폭 강조했다. 특히 바탕화면에서부터 페이스북을 사용하기 쉬워 일명 페북폰으로 불린다. 모토롤라는 아트릭스를 내놓으면서 `멀티` 요소를 추가했다. 아트릭스를 거치대에 끼면 노트북PC로 변신한다.

이 밖에 각종 신형 태블릿들은 인치(크기)를 다양화하면서 차별화를 꾀하는 추세다. 태블릿에 특화된 최신 안드로이드 3.0버전(허니콤)의 경우에는 삼성 갤럭시탭 10.1인치든, 모토롤라 줌이든 디바이스별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아 크기가 차별화 요소로 언급될 정도다.

한편 데이터 폭발 시대에 서비스 혁신은 보다폰, 도이치텔레콤, 오랑주 등 유럽 업체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차세대 이동통신인 LTE(롱텀에볼루션)를 가장 먼저 상용화한 곳은 유럽의 텔리아소네라(2009년)다. 세계 1위 이동통신사인 보다폰은 MWC에서 LTE를 이용한 영상전화 서비스를 선보였다. 기존 3G(3세대)보다 영상통화의 화질과 음성 품질이 훨씬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용어설명>

모바일 에코시스템 = 이동통신업체, 휴대전화 제조업체, 각종 콘텐츠ㆍ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이 함께 상생하는 환경을 뜻한다. 하드웨어 성능뿐 아니라 하드웨어가 어떤 운영체제(OS)에서 구동되는지, 어떤 앱을 구비하고 있는지가 중요하게 됐다. 애플 앱스토어나 WAC(도매 앱 장터) 등 앱을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장터도 포함된다.

[매일경제 황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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