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직장인 강성현 씨(37)는 지난해 스마트폰으로 바꾼 후 매월 약 20만~23만원의 통신요금이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지난달 자신의 스마트폰 요금(8만6460원)과 아내 김서화 씨(32)의 이동통신요금(7만5768원), 여기에 집전화ㆍ인터넷ㆍ케이블TV 결합요금(3만8000원)을 더하니 20만228원이나 됐다. 1년이면 무려 240만원의 통신요금을 내야 해 허리가 휠 지경이다.
강씨는 "얼마 전 정부 발표에서는 13만원 정도 나간다고 했는데 평균 수치인 것 같다. 나 같은 맞벌이 부부나 아이가 학교에 다니면 20만원을 훌쩍 넘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최근 물가 인상으로 각 가정이 시름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이동통신 등 통신요금이 가계 부담을 더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통신요금이 과거에 비해 크게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스마트폰 정액 요금제가 미국 일본에 비해 다소 높고(구매력 기준), 사용 패턴과 무관하게 고정돼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매일경제가 미국의 AT&T, 일본 소프트뱅크, 한국 KT의 아이폰 요금제를 비교해 분석한 결과 3사의 요금제가 비슷하지만 구매력(경제 규모 등 포함)을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이 미국 일본에 비해 높다.
미국 AT&T는 음성(450분 39.99달러, 900분 59.99달러)과 데이터(200메가 15달러, 20기가 25달러 등), 문자메시지(200개 5달러, 1500개 15달러 등) 등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에서도 기본통화료(화이트플랜 980엔) 외에 모바일인터넷, 무제한 패킷요금제, 음성통화 요금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음성, 데이터 이용량과 무관하게 i라이트(4만5000원), i미디엄(6만5000원), i프리미엄(9만5000원) 등으로만 구분해 놓았기 때문에 음성 또는 데이터가 남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한ㆍ미ㆍ일 3국에서 정액 요금제로 아이폰4를 구매했을 때 요금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 한국 모두 최소 요금제로 선택했을 때 이용량에 따라 6만~8만원의 요금이 나온다. 그러나 구매력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한국이 다소 비싼 편이다.
2008년 9만8000원에서 지난해 12만3000원으로 늘어난 소비자들의 평균 휴대폰 구입비(보조금 제외)도 전체 통신비가 증가한 주요 원인이다. 한결 커진 소비자 부담과는 달리 비싼 휴대폰(스마트폰) 덕분에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사들은 짭짤한 이익을 내고 있다.
또 한국에는 미국 일본에 없는 요금인가제 등 요금 규제가 존재하고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의 3사 과점 구조가 10년 넘게 유지돼 소비자 선택 폭이 좁다는 점이 체감 통신요금을 비싸게 느끼게 하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미국 일본은 네트워크를 빌려 쓰는 제4 이동통신사(MVNOㆍ가상이동통신망)가 다수 등장해 저소득층이나 노인, 20ㆍ30대 젊은층을 겨냥한 다양한 통신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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