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전기요금 폭탄과 생활 속의 에너지절약

 지난 2월 각 가정에 날아든 전기요금 고지서와 도시가스요금 고지서는 가히 살인적이었다. 짐작은 했다고 하지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곳곳에서 “믿을 수 없는 액수”라는 비명이 나왔다. ‘폭탄’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도시가스요금은 가을로 접어들면서 오르기 시작해서 12월과 1월을 거쳐 통상 2월 고지서에 찍힌 요금은 정점에 이른다. 해마다 1월과 2월만 잘 넘기면 다행이겠지만 부담은 작지 않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전기요금이다. 지난달(1월 고지서)에 비해 요금이 2배 오른 집은 그나마 준수하다. 3배 이상 올랐다는 집도 있다. 주범은 엄청난 도시가스요금을 줄이기 위해 월동용품으로 장만한 전기난로와 전기장판이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은 생활과 산업에 필수다. 특히 전력사용이 몰리는 여름철은 전력공급 관련 정부와 기관, 업계에는 비상이 걸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작년부터는 여름철 뿐 아니라 겨울에도 비상근무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계속된 이상 한파와 경기회복의 영향 때문에 전력 사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력거래소가 최근 분석한 ‘2010~2011년 동계 최대전력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겨울 최대 전력은 전년도에 비해 6.1% 증가한 7만3137㎿를 기록했다. 이중 전기난방에 사용된 전력량(난방부하)은 전체의 25.4%를 차지,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편리하고 깨끗한데다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요금이 날씨가 추워지면서 전력 사용량을 끌어 올렸기 때문이다.

 동계 최대전력에서 난방부하가 차지하는 비중이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특히 상업용 난방부하 증가세는 눈에 띈다. 실제로 상업용 난방부하는 2008~2009년 겨울 31.6%에서 2009~2010년엔 37.1%로 증가했고 지난겨울에는 37.8%로 점유율이 늘었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전력을 많이 쓸수록 누진제가 적용돼 요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지만 상업용 전기요금엔 누진제가 없다. 대중음식점 난방에너지원은 대부분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난로나 전기온돌을 선호한다. 상업용 난방부하가 겨울철 최대 전력사용량 기록을 경신하는 주범으로 몰린 이유다.

 사실 전력사용량이 늘어나면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해서 필요한 만큼의 전력을 공급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혹한 혹서기에 몇 번 있는 전력피크에 대비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발전소를 무한정 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원자력발전소(140만㎾급) 1기 건설에 10년간 약 5조원을 투입해야 하고 석탄화력발전소(200만㎾급)는 약 5년간 3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지난겨울 한국전력은 점심시간을 기존 12시에서 11시로 옮기고 다른 기업에도 동참을 유도했다. 해마다 겨울철 전력피크가 12시에 발생함에 따라 전력피크를 분산하기 위해 짜낸 궁여지책이었다. 가정에서도 겨울철에 난방온도를 올리고 반소매·반바지 차림을 하던 모습보다는 겉옷을 한 겹 껴입는 분위기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혁명은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한다. 생활 속에서 시작하는 작은 에너지절약 움직임이 국가 전반으로 확산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현하는 큰 물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문정·그린데일리 부장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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