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선/과학기술정책연구원 남북협력팀장 jskim@stepi.re.kr
북한이 한·미 키리졸브 훈련에 대해 ‘핵 전쟁’ ‘핵 참화’ 등의 엄포성 발언을 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식량난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다. 기아로 죽는 사람들, 굶주림으로 인한 군부의 저항 등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잇달아 외부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북한은 주체사상을 강조하며 국제적 고립의 길을 계속 걷고 있다. 과연, 북한은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북한은 그동안 국제적 고립에 대응, 주체사상에 입각한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한 과학기술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실현하고자 노력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9년의 150일 전투와 이에 뒤이은 100일 전투다. 북한은 이를 통해 △비날론 재생산 시작 △석탄가스화를 통한 비료생산 △주체철 완성을 통한 철 생산 확대와 같은 성과를 이루어냈다고 자랑한 바 있다. 그러나 전력과 무연탄 부족 등 산업 인프라의 재건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이들 산업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성과의 확대도 쉽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 최근 북한의 상황은 더욱 악화돼 국가 과학기술발전계획의 진행도 어려운 상황으로 변했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발전계획의 달성을 포기하고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인민경제의 선행 부문인 전기·석탄·금속·철도 보다 먹고사는 문제와 에너지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량 품종 육성과 화학비료 절감형 농사방법 확대, 미생물비료 개발 등에 힘을 쓰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경수로 및 핵연료 탐사, 조수력 발전, 연료전지, 태양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장기적으로 경제를 재건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이 지난 1월 15일 내각 결정으로 채택됐다. 이 전략계획은 총 12개의 사업 분야로 농업개발, 5대 물류산업단지 조성, 석유에너지 개발, 2000만톤 원유가공, 전력 3000만㎾ 생산, 지하자원 개발, 3000km 고속도로 건설, 2600km 철도 현대화, 공항 및 항만건설, 도시 개발 및 건설, 국가개발은행 설립, 제철 2000만톤 생산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은 1993년 이후 줄곧 경제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20여년 만에 경제계획을 세우기 위한 시도임을 고려할 때, 경제 재건을 위한 북한의 적극적 노력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절실한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은 국제적 고립이 지속되는 한 결실을 맺기 어렵다. 북한도 외부의 힘을 통해야만 자신들의 경제가 정상화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최근 북중관계 강화를 통한 라선지구 합작 개발과 압록강 유역 황금평의 임가공단지 개발 착수 등이 그 예다. 앞으로 이러한 개방 동력이 남북관계의 발전적 변화로 연결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개방 동력을 주시하면서 남북관계의 변화에 대응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 동안 쌓아놓은 국내외 대북 전문가들의 지식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이들이 향후 보다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북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개선 등 안정적 연구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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