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년 전이었다. 작년 이맘때 쯤 사람들은 옥수수가 열리는 시간에 알람을 맞춰놓고, 때가 되면 스마트 폰을 열어 작물을 수확했다. 시간을 못 맞추면 애써 키운 식물들이 썩어 버리는 참담한 결과를 맞았다. 사람들은 서로의 도시를 방문하고 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돈을 벌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전화번호 이외에 게임의 계정 명을 교환하던 때였다.
작물을 키우고 마을을 만들고 길을 내 도시를 키워가는 게임이 유행한 지 1년. 이번엔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유사게임이 등장했다. 시장님은 서울을 디자인하는 데 그쳤지만 게이머는 외계인의 침공으로부터 서울을 방어하고 재건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쉽고 간편하다. 그래서 좀 심심하다=넥슨은 일찍이 ‘서울 타이쿤’ 시리즈에서 서울을 배경으로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을 선보인 바 있다. 넥슨이 최근 오픈한 ‘2012:서울’은 이런 서울 사랑의 결과물로 보인다.
2012:서울은 웹게임이다. 별도의 클라이언트 설치 없이 클릭 한 번로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란 소리다. 당연히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에서도 애플리케이션만 받으면 바로 실행할 수 있다. PC·스마트폰·스마트패드에서 실시간으로 연동되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앉아 게임을 즐기다 이동 중에 바로 다음 플레이가 가능하다.
2012:서울은 각각의 기기에서 무리 없이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아주 쉽고 간편한 인터페이스를 지녔다. PC에서 마우스 커서가 하는 역할을 모바일기기에서는 손가락이 대신하는 정도다. 서울 상공에 떠다니는 UFO를 제압하려면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끝이다.
‘직관적이고 쉽다’는 게임의 장점은 게임 진행에서도 드러난다. 2012:서울의 전투와 스토리는 퀘스트와 튜토리얼을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하지만 퀘스트 시스템은 초반 정형화된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예를 들어 발칸포를 일정 수 이상 건설하지 않으면 남산타워 방어미션에 실패한다. 다양한 방향으로 게임을 열어 놓지 않아 게임이 때론 심심하게 느껴진다.
◇서울, 역시 돈 있어야 살기 좋아=때론 심심하다며 투정을 부렸지만 2012:서울의 진정한 방해요소는 따로 있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등장하는 유료 아이템이다. 2012:서울과 비슷한 형태로 1년 전 크게 인기를 끈 ‘위룰’의 경우, 작물이나 건설속도를 빠르게 진행시켜주는 ‘모조’가 유료 아이템의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이 모조마저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12:서울의 경우 시간 단축 아이템뿐만 아니라 각종 건물을 상점에서 유료아이템으로 판매하고 있다. ‘캐시’라고 말머리가 붙은 아이템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서울은 돈이 있어야 살기 좋은 도시’라는 오랜 격언(?)을 실감할 수 있다.
◇다이내믹한 전투 묘사는 굿!=‘돈 달라’며 아우성치는 유료 아이템에서 잠시 눈을 돌리면 잔재미가 꽤 쏠쏠하다. 특히 간간이 벌어지는 전투신은 이제껏 웹 게임에서 경험하지 못한 다이내믹함을 준다. 긴장감 넘치는 음악을 배경으로 휙휙 날아다니는 UFO를 잡는 모습을 보다 보면 자신이 서울의 수호자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또 도시가 확장될수록 무너진 곳을 복구해 서울의 랜드마크를 다시 세우는 등 서울이란 지역적 특성을 살린 콘텐츠를 맛 볼 수 있다.
다른 이들과 교류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부족하다. 게임에 소셜 네트워킹이란 의미를 부여하려면 단순히 남의 도시를 방문하고 보상을 받는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2012:서울’ 평점
게임성 ★★★ 어디선가 본…안전한 선택
그래픽 ★★★ 넥슨이 귀엽긴 하죠
사운드 ★★★ 전투씬 빼곤 너무 평화로와요
조작성 ★★★ 같은 동작을 묶는 유료아이템은 어때?
특이성 ★★ 서울+외계인은 좀 참신
총점 5.6/ 10점
김시소기자 sis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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