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공계를 대표하는 대학으로 포스텍과 카이스트를 들 수 있다. 두 대학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과학두뇌들의 집합체다.
이들 양 대학은 매년 9월이면 학생들이 주축이돼 과학두뇌 전쟁인 포스텍-카이스트(POSTECH-KAIST) 학생대제전(포카전 또는 카포전)을 연다.
이틀간 펼쳐지는 양 대학의 두뇌전쟁은 학생 1500여명이 참석해 해킹과 과학퀴즈, 인공지능프로그래밍대회 등을 통해 국내 최고의 두뇌를 가리게 된다. 올해가 10년째를 맞는다. 승패를 떠나 포스텍과 카이스트 양교 학생들간의 교류와 협력이 목적이지만 어찌보면 양 대학의 자존심이 걸린 한 판 대결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포카전의 자존심 대결이 최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원장 공모전에서 재연되고 있다.
디지스트 원장추천위원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압축된 두 사람의 후보자가 각각 카이스트와 포스텍 출신이기 때문이다.
두 후보자가 과학적 두뇌싸움으로 원장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구경북지역 과학기술계에서는 포스텍과 카이스트 출신 후보자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깃거리가 될 만하다.
24일 오후 5시면 디지스트 이사회가 열려 두 사람 중 한명이 원장 선임을 받게 된다. 물론 이사회는 원장으로서 적임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두 사람 모두를 탈락시킬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공모과정에서 논란도 많았지만 이번 원장 선임을 위한 이사회에서만큼은 어떤 외압이나 입김이 작용해서는 안 된다. 카이스트 출신이 되든 포스텍 출신이 되든 디지스트를 글로벌 이공대 중심대학으로 키울 수 있는 역량 있는 인물이 원장으로 선임돼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특히 디지스트는 올해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석·박사과정이라는 대학원과정이 시작되는 중요한 시기다. 교수와 학생 등 우수한 인재를 학교로 유치하고, 아울러 대형 국책과제의 수주를 통해 상용화 기술의 핵심 연구소로 발돋움해야할 중차대한 시점이다.
또 다른 포카전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는 곧 가려지겠지만, 누가되든 그만큼 책임의 무게도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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