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커뮤니케이션 잘 하는 회사

 “커뮤니케이션 잘 하는 회사가 성과도 좋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종종 설파하는 ‘소통 경영론’이다. 지난 2007년 사상 최악의 적자 속에 LG디스플레이(당시 LG필립스LCD) CEO를 맡은 그의 첫 화두는 다소 생뚱맞지만 “대화로 신바람 나는 회사를 만들자”였다. 임원들이 ‘말 잘하는 법’을 배우느라 진땀을 흘렸다. 권 사장도 간단한 보고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받으며 ‘수평적 소통’을 실천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소통경영’ 이후 끝없이 추락하던 LG디스플레이 실적이 거짓말처럼 수직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최근 LG디스플레이 임원들 사이에는 때 아닌 춤바람이 분다고 한다. 권 사장의 권유 때문이다. 지난 연말 전 직원이 함께 한 송년행사에서 젊은 직원들은 노래와 춤으로 자신의 끼를 맘껏 발산한 반면 대부분 50대 이상인 임원들은 점잖게 앉아 잘 어울리지 못하자 내놓은 제안이다.

 공교롭게도 소통을 위한 춤바람 경영이 나온 시점이 2007년과 닮아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LCD업계는 공급과잉으로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담합 과징금까지 물어내며 지난해 4분기 무려 387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소통’을 내세운 권 사장의 위기탈출법이 이번에도 통할까.

 ‘모바일 빅뱅’ 대전환기를 맞아 기업들마다 ‘혁신 스트레스’로 신음하고 있다. 세상이 바뀌는데 우물쭈물하다간 낙오자가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신사업 추진 태스크포스도 넘쳐난다.

 신기술에 민감한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위기의식은 더하다. 클라우드 컴퓨팅,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신기술과 연계한 기업 전략이 어지럽게 제안된다. 가끔 조직원 사이에서 혁신 전략을 놓고 실랑이도 벌어진다. 마치 춘추전국시대 ‘백가쟁명’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 기업마다 외치는 혁신의 본질은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기업의 혁신하면 IT를 떠올린다. 전사자원관리(ERP), 공급망관리(SCM) 등 IT가 도입되면서 업무 효율과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 것을 이미 목격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모바일 빅뱅시대’에도 자연스럽게 신기술의 경영 접목이 단연 관심사다. 천재적인 기술 기획자를 갈망한다.

 하지만 ERP·SCM 등 신기술을 도입하고도 성과를 보지 못한 기업들도 부지기수다. 거금을 들인 ERP를 아예 폐기한 중소기업도 한둘이 아니다.

 윌리엄 더건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혁신론은 그래서 눈길을 끈다. 그는 “혁신은 한 명의 천재가 자신의 놀라운 능력으로 창출하기 보다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직간접적 소통을 통해 이뤄진다”고 정의했다.

 IT서비스 1위 기업 삼성SDS를 무려 8년간 이끌어온 김인 전 사장은 일주일에 한번씩 빠짐없이 직원들에게 ‘월요편지’를 보냈다. 처음에는 사장이 직접 보내다 나중에는 임원들도 참여했다. 삼성SDS의 현안과 비전이 일주일마다 공유됐다. 신기술 부침이 가장 심한 IT서비스 시장에서 삼성SDS가 줄곧 정상을 지킨 비법 중의 하나였다.

 소통을 통해 구축된 신뢰는 조직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몰입도를 높여준다. 무엇보다 강력한 혁신 동력이 된다. 아무리 좋은 비전도 공유되지 않으면 휴지조각이다. 한번 되짚어보자. 혁신을 외치는 우리 회사는 지금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가.

 장지영 정보통신담당 차장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