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개최된 하이닉스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권오철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지난해 최고 실적에 고무된 듯 기자들이 앉은 테이블 마다 돌아다니며 건배를 권했다.
10년전 노무라증권은 하이닉스가 메모리 기업 가운데 생사의 중간에 서 있다는 보고서를 냈지만 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2조990억원, 3조2730억원을 기록,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최고의 메모리 기업으로 우뚝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까지 상당수 시장분석가들은 삼성전자를 최고기업으로,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엘피다를 차선기업으로 놓았지만 지난해부터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동급 기업으로 분류하는 분위기다.
권오철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주력 사업에서 해외 업체들을 따돌리고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사장은 “D램은 올해 1분기에 30나노급 제품을 양산하고 하반기에는 20나노급 제품을 개발해 후발 업체와 격차를 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낸드플래시는 26나노 제품을 양산 중인데 연내 20나노 제품을 개발, 출시해 선두업체와 기술 격차를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덧붙였다.
권 사장은 올해 1분기에 하이닉스의 적자 가능성에 대해 “프리미엄 제품이 완충작용을 하기 때문에 적자가 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실력과 경쟁력을 더 높여 어떠한 불황에도 흑자를 낼 수 있는 체제를 갖출 것”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하이닉스는 올해 모바일 분야에서 승부를 걸 계획이다. 지난해 4분기 전체 D램 매출의 20%를 차지했던 모바일 D램 비중을 연말까지 30% 수준까지 비중을 높여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생산량을 전년 대비 170% 가까이 끌어올리기로 했다. 모바일 D램은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제품이다. 그러나 삼성전자·하이닉스·엘피다 외에는 다른 D램 기업들은 아직까지 제대로 생산하거나 공급하는 기업이 없다. 그만큼 고객 인정을 받기도 어려운데다가 높은 기술력도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4분기 PC용 D램 가격은 50% 가까이 하락했지만 모바일 D램 가격하락폭은 한 자리수에 그쳤다. 권 사장은 “올해 PC용 D램 생산은 별로 늘리지 않는 대신 모바일D램, 서버용 D램과 같은 스페셜티 D램 생산 비중을 70%선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며 “낸드플래시는 내장타입 플래시 제품 점유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사장은 회사 매각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인수 의향을 밝힌 곳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소유구조와 상관 없이 오래 가고 좋은 회사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나의 본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시장 상황이 예상보다 좋아지면 차입금 상환보다는 우선적으로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며 “내년 차입금 상환은 6000억원 정도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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