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년을 시작한 올해, ‘IT 강국 코리아’가 ‘스마트강국 코리아’로의 진화를 서두르고 있다. 통신 불모지에서 출발해 CDMA와 초고속인터넷 등을 기반으로 IT 일등국가의 이미지를 심은 코리아가 세계인의 머릿속에서 희미해지고 있다.
전 세계에 불어닥친 스마트 열풍 속에 IT 코리아는 묻혀 버린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그래왔듯이, 어느 누구보다 빨리 전열을 가다듬고 스마트 선진국과의 간극을 좁히며 선전하고 있다.
산·관·학·연 전문가들은 올해가 스마트강국 코리아로 재도약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 입을 모은다.
스마트 IT 시대는 분명 기존 IT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럼에도 상상력과 발상의 전환을 발휘하지 않으면 기존의 IT 경험이 도리어 해가 될 수 있는 패러다임 자체의 변화기도 하다.
우리는 지난 10년 IT 강국 코리아로 존재하면서, 많은 노하우와 성공 경험을 축적했다. 이제 이 경험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를 얹어야 할 때다. 세계는 IT 강국 코리아의 스마트강국 코리아로의 전환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새로운 10년은 대한민국 IT의 위기이자 기회다. 그리고 올해는 그 첫 단추를 끼우는 해다. 우리가 올해 어떤 ‘스마트 지도’를 그려내는지에 따라 IT 코리아는 진화 또는 퇴화한다. 따라가는 미래에 만족할 것인지, 앞서가는 미래를 선택할 것인지의 시험대에 올라 있는 것이다.
전자신문이 올해 화두로, 때 이른 ‘Beyond 4G(4세대 이후)’를 꺼내든 배경도 여기에 있다. 기술 진화상으로는 대한민국 네트워크의 올 화두는 LTE를 필두로 한 3.9G지만, 대한민국 IT는 올해부터 4G과 그 이후까지를 고려한 네트워크 기반의 ICT 토털 생태계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4G시대 지구촌 ICT인들을 놀라게 할 ‘B4G, 코리아 반란’의 조건과 과제를 점검해 본다.
2011년 1월 17일 오후 5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의 VIP 게이트로 이명박 대통령이 입장했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ICT인들의 신년하례회장에 참석한 것이다.
방송통신인을 격려하는 자리로 마련된 이날 행사에서 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ICT와 스마트에 인사말의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우리나라는 G20의 성공적 개최로 세계사에 우뚝 섰으며, 방송통신인들은 이를 완벽하게 준비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였다”며 “G20 개최 이후 세계 여러 정상을 만나면 한국 ICT 수준에 대해 많은 칭찬을 들었으니, 여러분은 긍지를 가져도 좋다”는 말로 ICT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대통령 측근들은 이 대통령의 이 같은 ICT 행보에 대해 ‘대한민국 IT의 과거 역할과 현재의 위기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세계는 디지털을 넘어 스마트 시대로 진입하고 있으며 올해가 이 변화가 시작되는 원년이다. 새로운 10년을 여는 올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강점을 살려 스마트시대 주역으로 자리매김하자”고 역설해 ICT인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약속이나 한 듯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IT강국에서 스마트 시대의 강국으로 다시 한 번 비상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고,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도 “지금이 한국 ICT의 위기이자 기회”라며 토털 ICT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부 최고위층의 이 같은 잇따른 발언은 “우리는 스마트시대 진입에 조금 늦었을지 모르지만…”이라고 전제한 이명박 대통령의 현실 직시와 그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최근 스마트시대의 기초 인프라인 네트워크에서조차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올해 통신업계의 당면 과제가 급증하는 데이터 트래픽의 처리라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스마트강국 코리아의 필요 충분조건은 바로 네트워크다. 오늘날 쓰이고 있는 ‘스마트’라는 용어는 그 의미 자체가 ‘네트워크와 연결되는’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을 정도다.
지금 우리는 고속도로보다, 철도보다 통신네트워크가 더 중요한 시대에 이미 돌입해 있다. 교통의 마비는 물류와 이동에 장애가 되지만, 네트워크는 우리 일상의 마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스마트시대로 진화하면 할수록 그 위험은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네트워크는 대지와 같은 것이어서, 그 위해 집과 건물이 지어지고 마을이 생겨나면서 산업적 생태가 조성된다.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올해에는 바로 이 네트워크 구축의 걸림돌이 되는 문제들부터 풀어나가야 한다.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망 중립성’ 문제가 그렇고, ICT 가치사슬의 붕괴 또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또 네트워크 정책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방향성 수립과 주파수 할당대가의 네트워크 재투자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대한민국의 IT 생태계는 전 세계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이제 우리는 과거 IT 생태계 구축 당시의 교훈과 경험위에 스마트 IT 생태계를 새롭게 세워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우리는 대한민국 IT는 이제 선진국을 벤치마킹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수준은 넘어섰다. 시행착오를 우리 스스로 감내하며 개척자 정신으로 도전해야 할 때다.
세계 각국이 ‘스마트’로 명명된 새로운 레이스에 돌입해 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은 전 세계의 ‘ICT 교과서’다.
<특별취재팀> 심규호 차장(팀장) khsim@etnews.co.kr 홍기범·류경동·문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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