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동안 전문성을 쌓아온 개별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자유경쟁도 중요하지만 전문장르가 살기 위해서는 전문 장르 채널 편성을 보장하는 정책적 보완이 절실합니다.”
지난 11일 개별PP 18개사가 개별PP연합회를 설립했다. 초대 회장을 맡은 박성호 CNTV 사장은 개별PP를 보호했던 제도는 사라지고 종합편성·보도전문·홈쇼핑 채널 신규 선정으로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별PP가 뭉친 것도 이러한 절박함의 표현이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해 12월 31일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PP 선정 결과가 발표되는 날, MSP(SO+PP)와 지상파계열PP에 대한 편성 규제가 일몰제로 자동 해지됐다. 의무편성이라는 제도적 후광을 등에 업은 경쟁자가 나타난 날, 보호막 마저 사라진 것이다.
박 회장은 “MSP나 지상파계열PP에 비해 힘이 약한 개별PP는 채널편성에서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다”며 “케이블의 디지털 전환이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는 전문장르 채널 편성을 의무화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케이블의 디지털 전환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전문장르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가 1200만, 디지털케이블은 300만~400만 수준이어서 아직까지는 아날로그케이블에 채널 편성이 되어야 광고를 수주할 수 있다. 하지만 아날로그케이블은 고급형 서비스라해도 채널이 60개 안팎이다. 의무전송채널과 공익채널을 제외하면 30개가 남는다. 30개를 가지고 MSP, 지상파계열PP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종편까지 선정된 것이다.
그는 “케이블의 디지털 전환이 최소한 50% 정도가 될 때까지는 전문 장르를 20% 정도 편성하라는 지침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행정지도나 시행령 제정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별PP연합회는 정책 제안 외에도 개별PP들의 경쟁력 강화 방안도 도출해 낼 계획이다. 우선 전문화된 장르를 나눠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 공동제작을 추진한다. 지난해 5개 개별PP 공동제작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성과를 얻으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
미국에서는 국내와 달리 전문화된 PP가 오히려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도 취약하긴 하지만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어 전문성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박 회장은 “각 장르별로 3~4개사가 공동 제작할 프로그램을 기획해 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전문성과 경쟁력을 더욱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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