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 벽두에 삼성그룹이 43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혀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LG그룹의 21조원, 현대차의 12조원 등의 투자계획 발표가 뒤따랐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겠다는 기업의 의지 표현이다.
국회는 지난달 2011년도 국가예산을 의결했다. 그 규모는 수입이 314조4000억원, 지출이 309조1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를 항목별로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연 대한민국이 미래를 위해 얼마나 많은 관심과 투자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구심과 아쉬움이 남는다.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과 공익을 추구하는 국가 살림살이의 모습이 같아야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같아서도 안 된다. 하지만 다가올 미래를 겨냥해 기업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애쓰듯이 국가 또한 국가 나름대로 미래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싹 틔우고 이를 키워 가는 데 결코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 차원에서 어떤 미래 성장동력원에 집중 투자해야 할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혹자는 IT산업이나 바이오 분야 및 생명공학 기술을, 또 다른 이는 나노분야나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들을 얘기할는지 모른다. 모두가 매우 중요한 분야고 기술들임에 틀림없다.
나는 최소 10년 이상 국가 차원에서 ‘정보 및 통신분야의 핵심기술(ICT)’ 그 자체에 집중투자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고 긴요하리라 믿는다. 핵심적인 ICT를 강조함에 있어서 나는 특별히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을 적시하고자 한다.
첫째, 오늘날 핵심 ICT가 활용되지 않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이는 BT나 NT 등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ICT가 산업과 사회 각 분야에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최근 떠오르는 기업들이라 할 수 있는 코스닥 등록기업들을 봐도 대부분이 ICT를 기반으로 한다. 이는 국가차원에서 핵심 ICT를 제대로 갖추게 되면 우리나라 전 산업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이고 미래 국가성장의 전망도 그만큼 밝아질 수 있음을 방증한다.
둘째, 우리는 이제 이른바 IT(또는 ICT)산업과 핵심 ICT를 구분해 생각해야 될 때가 됐다. 1998년 IMF 경제위기 극복에 지대한 공을 세웠던 ICT산업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여전히 휴대폰이나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은 상당 기간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하겠지만 미래를 조망하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보다 주목해야 될 것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산업 각 분야의 경쟁력을 제고시켜 주고 우리에게 새로운 미래 산업들을 보여주게 될 핵심 ICT 그 자체다. 수년 전 가트너그룹 등이 제시한 사이버 공간공학, 퀀텀 컴퓨팅, 텔레프레즌스, 테라 아키텍처, 모바일 로봇 등이 이러한 미래 기술의 예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제 국가는 성숙된 민간 부문의 ICT 역량과의 상생적 공조기반 위에서 얻을 수 있는 시너지를 통해 미래발전 가능성을 극대화하도록 공공 및 민간부문의 역할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민간부문의 활력이 마음껏 펼쳐질 수 있는 판을 깔아 새로운 지평을 열고, 동시에 민간의 활력을 지속적으로 샘솟게 할 수 있는 미래 핵심 ICT를 선도적으로 확보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 국가 성장기반으로서 ICT에 대한 재인식과 이의 전략적 실천을 통해 머지않아 대한민국이 세계인들의 부러움을 사는 멋진 나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기식 ETRI 연구위원 kipark@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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