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설립의 근간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의 목적이다. 공정위는 이 법에 따라 기업의 카르텔 행위나 독과점 등을 감시하며 경쟁촉진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는 ‘시장경제의 파수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공정위는 최근 물가관리 기관으로 변신을 시도 중이다.
김동수 신임 공정위원장은 “공정위가 물가안정을 책임지는 부처가 아니라는 주장은 나무만 보고 숲은 못 보는 근시안적 논리” “공정위가 물가기관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은 색출해 인사조치하겠다”라며 물가관리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기관 창립 이후 최대 규모로 10일부터 설 관련 농산물과 주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가격 담합·부당인상 여부에 대한 직권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정위의 칼날이 잘못 겨눠졌다는 지적이 많다. 공정거래법에서 보듯이 물가관리는 공정위의 1차적인 정책목표가 될 수 없다. 가격안정은 정책의 부수 결과물일 뿐이다. 카르텔행위 등을 단속하다 보면 가격이 내리는 것만이 아니라 오를 수도 있다.
공정위의 전례 없는 물가 단속 의지는 결국 대통령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물가상승에 대비해서 단속에 나서겠다는 것은 기업에 큰 압박이다. 가격을 올리면 손봐주겠다는 엄포나 마찬가지이고 기업은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가격의 인위적, 직접적 억제는 가격의 왜곡이며 이는 시장 메커니즘에 의한 자원의 최적 배분을 방해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가격은 누른다고 눌러지는 것이 아니며 언젠가는 터진다.
공정위는 기관의 본질을 망각하고 물가단속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 물가 안정 효과를 유발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권상희 경제과학팀장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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