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비추면 캐릭터가 살아난다. 소녀시대가 춤추고 동영상이 튀어 나온다. 살아 있는 것처럼 입체 화면을 보여준다. 꿈같은 이야기일까. 제니텀은 꿈을 현실로 바꾼 기업이다. 김희관 제니텀 사장은 11일 “증강 기술은 이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제니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증강현실 원천 기술을 가진 업체다. 2004년 설립 후 증강현실 한 우물만 고집한 결과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기술력을 인정해 유명세를 탔다. 일본 통신사업자와 광고회사가 제니텀과 손잡고 조만간 현지에서 증강현실 서비스를 시작한다. 별도 합작 회사도 설립할 예정이다.
“기존에 나온 증강현실 기능은 사실 위치기반(GPS)를 활용한 초보적인 서비스입니다. 최근에 관심이 높은 ‘QR코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웹 페이지를 연결해 주거나 동영상을 보여 주는 정도입니다.”
제니텀이 개발한 증강현실 서비스는 이들과 확실한 선을 긋는다. GPS 없이도 공간이나 영상을 인식해 3D영상을 합성해 가상 캐릭터를 보여 준다. 360도 각기 다른 방향에서 다른 장면을 구현한다. 가령 요가 교육 프로그램이라면 강사가 요가 하는 장면을 어느 방향에서나 볼 수 있다. 마치 손바닥 위에 강사를 올려놓고 마음대로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식이다. 김 사장은 “증강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게 트래킹, 즉 부드럽게 동작을 처리하는 기술인데 이게 제니텀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제니텀 증강현실 기술은 실제로 일본 게이오대학이 인정해 산학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게이오대학은 지금까지 수많은 기술을 경험했지만 자연물을 트래킹하는 기술은 최고 수준이라며 제니텀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했다.
김 사장은 서비스 확산을 위해 증강현실 소프트웨어 개발자 키트를 공개하고 싼 가격에 입체 광고를 게재할 수 있는 광고 플랫폼 ‘ARAD’를 선보였다.
“ARAD는 QR코드 혹은 스마트태그와 같은 특정 표식을 사용하지 않고 일반 이미지에 스마트폰 뷰어를 비춰 원하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메시지를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산토리그룹의 ‘프론토 커피’ 캠페인, ‘도라에몽’ ‘원피스’ ‘케로로 중사’ ‘크레용 신짱’과 같은 유명 애니메이션을 상품화하는 데 활용하기로 양해각서를 교환한 상태입니다.”
김 사장은 스마트폰 등장으로 증강현실이 활짝 열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각종 시장 데이터가 이를 입증해 준다. 2009년 10월 ABI리서치는 모바일 증강현실 서비스 규모를 3억500만달러로 예측했다. 그러나 불과 1년 뒤인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ARC차트는 2015년 기준으로 20억달러로 시장을 낙관했다. 1년 사이에 6배가량 규모가 커진 것이다. 그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서비스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도 퀄컴·토털리비전 등 3~4개 업체로 진입 장벽이 높다. 김 사장은 일본에 이어 미국 실리콘밸리에 조만간 합작 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라며 “글로벌 시장이 진짜 활동 무대”라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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