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정병국 의원이 내정됐다. 국회 청문회라는 검증 과정이 남아있지만 아직까지 정 내정자를 크게 흔들 악재는 나오지 않았다. 야당 역시 자질이나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진 않았다. 감춰져 있던 대형 악재가 터지지 않는다면 장관 취임은 순조로울 듯하다.
정 내정자는 문화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국회의원 재직 11년의 기간을 보냈다. 현재 문방위 위원장이기도 하다. 정치인 출신이면서도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문화부 내부는 정 내정자를 반기는 분위기다. 여당의 힘 있는 정치인 출신이면서 정책적 식견을 갖췄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나 여성가족부 등 현안이 걸려 있는 다른 부처와의 의견 조정에서도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다.
정 내정자가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고 장관에 취임하면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부와 극도로 악화된 불교계와의 관계 개선이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작업 등 굵직한 사안이 기다린다.
정 내정자가 반드시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콘텐츠 산업 규제 철폐’다. 유인촌 장관은 콘텐츠 수출 급성장이나 기반 기술 투자 등 다양한 산업적 성과를 냈지만 임기 초반과 달리 후반으로 갈수록 규제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일관되게 ‘실용주의’ 노선을 선택했다. 실용주의는 ‘규제’와 거리가 멀다. 국민 다수가 원하는 합리적 규제라면 당연히 산업이 감수해야 하지만 최근 불거진 콘텐츠 관련 규제는 문제가 크다. 특히 청소년의 야간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는 전문가들조차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반(反)산업 악법의 대표 사례다.
게임에 빠진 학생이 모친을 살해하고, 게임에 몰두한 엄마가 유아 사망을 방치한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비극이다. 하지만 셧다운제가 그 대안은 아니다. 게임 중독은 의료적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셧다운제는 게임 중독 청소년 감소 효과보다 게임을 더욱 음지로 끌어내리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청소년 놀이 문화의 다양화나 자녀를 이해하는 부모의 열린 자세, 입시 위주 교육의 전환 등에 범 정부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도입되는 셧다운제는 의미가 없다. 청소년을 더욱 방황하게 만들고, 산업에 주홍글씨를 찍을 뿐이다. 정부는 대화 창구를 열고 민간 자율 규제를 기다려야 한다.
지난해 11월 말 정병국 내정자는 의원 자격으로 ‘청소년보호법을 통한 문화산업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 내정자는 콘텐츠 규제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국회의원과 장관의 신분이 다르므로 이를 행정 정책에 그대로 반영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규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아는 인물이라는 점에선 정 내정자에게 거는 산업계의 기대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
콘텐츠 산업은 한국 문화를 세계에 전달하는 한류의 주역이다. 제조업보다 훨씬 높은 부가가치를 내는 지식 산업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세계 시장을 누빌 콘텐츠 산업이 규제에 막혀 기회를 놓치기 일보직전이다. 결단력 있는 문화부 장관의 행보를 걷길 기대한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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