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겨울연가를 계기로 촉발된 한류 바람이 최근 비·소녀시대 등 젊은 가수들의 연이은 미국·일본 진출 성공으로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른바 신한류 시대다. 최근 우리 로봇 제품도 한류까지는 아니지만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작년 11월 KIST 영어교사 보조로봇이 타임지 50대 발명품에 선정되는가 하면, 올해는 우리나라 대표 휴머노이드 로봇인 ‘휴보’가 미국과 싱가포르에 수출될 예정이다.
로봇이 이처럼 유망산업으로 주목을 받고는 있으나 2009년 우리 로봇 수출액은 1억달러로 아직 무역 1조달러 달성에 크게 기여하기는 힘들다. 한편에서는 성장 여지가 높고, 우리 기업들의 선전 가능성이 높다는 희망찬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일본 등 선진국과는 현격한 기술격차가 있고, 중국 등 신흥개도국이 우리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한류 바람을 보면서 우리 로봇산업도 유사한 전략을 취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우선 한류의 원동력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가수 개개인의 음악, 춤 실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작곡, 안무 등의 시스템화·전문화다. 로봇산업에서도 구동기, 센서 등 핵심 부품 대부분을 아직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이를 조속히 국산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이러한 요소기술을 통합·응집해줄 집적기술, 플랫폼, 디자인에 보다 많은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또 한국 가수들이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철저한 현지화에 있다. 최근 일본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소녀시대’의 경우 본격 활동 전에 일본어 등 현지 문화 적응 연습으로 공연 처음부터 유창한 일본어 실력을 선보여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로봇도 교육, 의료 등 다양한 서비스 분야와 연계성이 높은 대표적 융합산업으로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현지 문화, 서비스와의 접목, 즉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이 중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도 2008년 세계 최초로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을 제정하고, 올 초 임시조직이었던 로봇팀을 정식 직제인 로봇산업과로 확대 개편하는 등 그간 로봇 선도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특히 금년에는 범부처 시범사업, 핵심부품·제품 기술개발, 전문인력 양성 등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한국 로봇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정부의 노력과 함께 기업인 그리고 우수한 청년 인재들이 열정과 도전 정신으로 뛰어드는 활기찬 산업 생태계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늘날 한류 열풍의 밑바탕에는 젊은이들의 대중문화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저변을 통해 국내에서의 경쟁력이 해외에서도 통하는 것이다. 로봇산업도 탄탄한 실력과 철저한 현지화에 국민들의 애정까지 더해진다면 슈퍼스타 로봇이 신한류 시대를 이끌 날도 머지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준동 지식경제부 신산업정책관 jdk@mk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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