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회사를 정리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2년 가까이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거든요. 직원들 퇴직금이라도 챙겨줄 수 있을 때 그만 둬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죠.”
이정태 지케이 사장(52)은 지난 2년간의 힘든 시간을 이렇게 회고했다.
지케이는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소재 전문기업으로 최근 ‘다이캐스팅 컬러 아노다이징’ 소재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은 스마트기기 프레임 및 외장재로 적용돼 디자인 혁신을 이끌고 있다. 올해 1분기부터 글로벌 휴대폰 업체인 N사에 제품을 납품하기로 했으며, 일본 카메라 제조업체에도 금형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컬러 아노다이징 기술 개발의 영광이 있기까지 지케이 임직원들은 엄청난 땀과 눈물을 흘려야 했다. 지케이는 2년 전까지 탄탄한 기술력을 가지고 성장하던 회사였지만, 거래하던 대기업과의 불화로 한꺼번에 거래가 끊겨 힘든 시간을 보냈다.
“5년 전부터 다이캐스팅 컬러 아노다이징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엄청난 투자를 진행했어요. 회사가 어려워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기술 개발을 중단할까도 생각했어요.”
이정태 사장은 지난 2년간의 암흑기를 포함해 약 5년 동안 컬러 아노다이징 기술 개발에 100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투자금의 상당 부분은 사재를 털어 출자한 것이었다.
핵심 소재에 대한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경쟁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회사와 자신의 운명을 걸고 던진 승부는 다행히 성공적이었다.
다이캐스팅으로 제조한 알루미늄 소재는 고유 색깔 그대로 사용해야 했다. 컬러를 가미하기 위해서는 도장 및 전착 공정으로 페인트를 입혀 사용했다. 그러나 공정 비용이 상승하고, 색깔을 입힌 알루미늄 소재는 시간이 지나면 칠이 벗겨지는 문제가 있었다.
컬러 아노다이징 기술은 알루미늄 자체에 색을 가미해 이런 문제를 없앴다. 소재 왕국이라는 일본에서도 상용화하지 못하고 학계에서만 연구되던 기술이었다. 지케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세계그룹 ID카드, 아이덴티티탭용 프레임에 이 기술을 적용한 소재를 공급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발광다이오드(LED), 자동차 등 알루미늄이 사용되는 모든 제품에 적용이 가능한 기술입니다. 우선 모바일 기기 시장을 먼저 공략한 후 사업영역을 여러 분야로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방열·강도 등 특정 기능을 강화한 제품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케이는 갑자기 늘어난 주문 물량을 맞추기 위해 지난해 연말부터 새해까지 24시간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현재 월 140만대 수준에 불과한 생산 규모를 상반기 안에 월 300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초 70명에 불과했던 직원 수도 계속 늘고 있다.
“큰 위기를 극복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최고의 메탈소재 기업으로 성장하겠습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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