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북한의 신년공동사설과 과학기술의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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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2011년 공동사설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작년과 비슷하다. ‘경공업을 강화해 인민생활 향상과 강성대국 건설에 결정적 전환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목표가 유사한 만큼 그 실현수단이나 방법도 큰 차이가 없다. 지난시기에 이룩해 놓은 기간산업을 토대로 자력갱생과 혁명적 기풍을 총동원해 목표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은 이중 설비와 운영방식의 현대화와 효율화를 담보하는 핵심 수단이 된다.

 북한은 작년 한 해 동안의 경제분야 최대 성과로 주체철과 주체섬유, 주체비료 세 가지 ‘주체’를 들었다. 북한의 산업에서 ‘주체’라는 말은 국내산 원료와 국내기술을 가지고 국내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말한다. 즉, 주체철은 콕스탄이 나지 않은 북한에서 이것 대신 무연탄을 사용해 만든 철강이고, 주체섬유와 주체비료는 북한에 없는 석유대신 국내산 무연탄을 원료로 사용해 만든 비날론(PVA) 섬유와 요소비료를 말한다.

 북한 과학기술계는 원료 국산화 연구를 통해 이러한 자력갱생 정책을 실현하고, CNC로 대표되는 IT와 NT를 통해 대량생산과 운영방식의 현대화를 이루도록 지원했다. 북한이 현대적인 CNC 공작기계를 개발한 희천연하기계공장을 따라하게 하고, 주체철 생산체계를 완성한 김책제철소 노동자들의 신념을 본받게 하는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는 것도 이러한 경험과 체계를 널리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는 수단으로 원료의 국산화, 즉 주체화를 강조했지만, 이 기술들은 선진국에서 사용하지 않는 낙후한 기술로 원료소비량이 매우 크고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북한의 주제철은 콕스탄을 사용하는 제철 선진국들의 고로법에 비해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고, 석탄과 전력 소모는 더욱 크다는 문제가 있다. 주체섬유와 주체비료에서도 기반원료인 카바이드 1톤을 생산하는데 석탄, 석회석 등의 원료 물질 1천톤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석탄을 생산해 열차로 수송해야 하지만 북한의 현실에서 이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북한의 석탄 생산량은 1980년대 3200만톤 정도로 최고에 달한 후 지속적으로 감소, 최근에는 그 절반인 1500만톤 수준으로 떨어졌고, 품질도 크게 저하되었다고 한다. 북한 산업에 필요한 전력의 절반 이상도 석탄 화력발전을 통해 생산하므로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은 신년 공동사설에서도 “석탄이 꽝꽝 나와야 비료와 섬유도 쏟아지고 전기와 강재도 나온다”고 강조하면서 석탄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동일한 구호 속에서 유한한 자원을 대량으로 소모해 이를 실현할 수단과 방법이 점차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북한의 산업정책을 지속가능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은 공동사설 말미에 남북대화와 협력 사업을 적극 추진시켜 나갈 것을 강조했다. 이것이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인식도 있지만, 어찌 보면 북한 스스로 내부자원 동원의 한계를 노출하고 남한에 지원을 호소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현재 처한 남북관계의 여건상 바로 이에 호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인도적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농업에 필요한 비료와 의료용 섬유를 지원하면서 간접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하고 대화의 물꼬를 틀수는 있다고 본다.

 이춘근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 수석대표 cglee@step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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