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수요와 공급이 있다. 수요와 공급이 맞아 떨어지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갈 수 있다. 스토리의 경우도 그렇다. 흔히들 지금을 스토리텔링의 시대라고들 한다. 해리포터의 성공 이후 스토리산업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대학에서도 스토리텔링과가 생기고 있고, 여기저기서 스토리텔링에 대한 관심과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들려온다. 그러나 실제로 산업화되는 스토리들을 보면 어떤가? 수많은 사람들이 스토리를 들고 돌아다니는데도 현장에서는 쓸만한 스토리가 없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실제로 현장의 제작자들을 만나봐도 쓸만한 스토리에 목말라 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왜 그럴까?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그것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장 수요를 예측하고, 나아가 그것을 리드해나 갈 선도적인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러한 시대를 이끌어나갈 존재들이 없는 것인가? 없다기 보다는 개발되지 못하거나 연결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하고 있는 한국스토리공모대전 ‘신화창조’는 바로 그러한 일을 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개발되지 못한 스토리를 개발하고 묻혀있는 인재들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1회를 진행하고 2회를 마무리한 지금, 1회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스토리들이 2회에서 발굴되었음은 이 신화창조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뒤집어 말하면 모두가 이런 연결고리에 그만큼 목말라하고 있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제도권과 비제도권과의 간극을 없애고 능력만 있다면 누구라도 바로 진입할 수 있는 시스템, 그것이 신화창조다.
국가가 진행하니 권위가 있고, 그 권위를 뒷받침할 상금액수도 크다. 그보다 더 큰 부분은 당선이라는 인증마크 하나만 주고 마는 것이 아니라, 한국콘텐츠진흥원 내부에 마련된 ‘스토리창작센터’에서 그 당선된 스토리를 실제로 산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멘토를 투입하여 스토리의 완성을 지원하고, 제작을 할 수 있도록 제작자와의 연결, 더 나아가서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글로벌 피칭까지를 하고 있다.
그 분야도 단순히 영화만이 아니라 드라마, 게임, 출판, 애니메이션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총체적인 지원시스템인 것이다. 신화창조 공모전에 이어 스토리창작센터의 개설만으로도 작가뿐 아니라 스토리 산업 전분야에서 지난 2010년은 의미가 있는 해였다.
공모로 당선된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뿐 아니라 할리우드의 거장들을 초청하고 갖가지 강좌를 통해 전문적인 지식을 작가들에게 전달하며, 세계로 진출함에 있어 필수인 번역가를 양성하는 등 설립 첫 해임에도 한국 스토리산업의 허브로서의 가능성을 이미 보이고 있다.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간다면 자질있는 우리 대한민국의 작가들은 그 본연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염원하는 한국의 해리포터가 실제로 만들어지는 것도 불가능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스토리텔러 육성에 대한 책임을 국가에게만 미뤄서는 곤란하다. 방향제시가 이루어진만큼 이제는 민간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민관이 협동하여 스토리텔링을 지원할 때 한국의 스토리산업은 세계에 우뚝 설 수 있지 않을까.
금강 한국대중문학작가협회장, 스토리창작센터 운영위원장 twingold@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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