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레노버 "우리는 러시아 · 인도로 간다"

 물량 기준으로 세계 제4대 PC업체인 레노버가 러시아·인도와 같은 신흥시장으로 해외 사업 목표를 전환한다. 중국의 저소득 소비자 수요를 공략해본 경험을 살려 러시아와 인도에 사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첸 샤오펭 레노버 신흥시장사업 부문 수석부사장은 “웬만한 선진 시장의 소비자보다 씀씀이가 큰 (러시아와 인도의) 중요 고객(first-time buyers)에게 맞춤형 제품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노버는 이를 위해 판매가격 300달러 이하에 화려한 색깔을 갖춘 제품을 러시아와 인도에 내놓을 계획이다. 또 러시아와 인도 시장에 밝은 소매 가맹점을 적극 가동하기로 했다. 이미 러시아 크렘린에서 제품 광고를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 2008년 3분기 출하량 기준으로 1.4%에 불과했던 레노버의 러시아 PC 시장 점유율은 올해 3분기에 8.3%로 높아졌다. 그 덕분에 러시아의 4위 PC 공급업체(2008년 14위)로 올라섰다.

 인도에서는 1000개 소매 가맹점을 추가하는 게 목표다. 이미 350개를 확보한 상태다. 2008년 말 7%를 밑돌았던 인도 PC 시장 점유율도 9%로 상승했다. 물량 기준으로 델, HP, 에이서에 이어 4위를 달리는 수준이다.

 레노버는 미국과 같은 선진시장에 의존하던 전략의 전환을 꾀한다. 지난 2005년 IBM PC사업을 인수한 뒤 판매량과 시장 점유율이 계속 하락한 게 전략 전환을 고심하는 배경이 됐다. 리우 추안치 회장과 양 유안큉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 시장에 다시 집중하겠다”고 단언했을 정도다.

 한편 레노버는 올해 구글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장착한 스마트폰인 ‘르폰’을 선보였으나 큰 재미를 보지 못한 채 중국에서만 팔고 있다. 비디오게임 콘솔 업체를 분사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또 스마트패드(태블릿PC) ‘르패드’와 ‘아이디어패드 U1’을 개발하고 있으나 언제쯤 완료될지 확실하지 않은 등 새로운 제품과 전략을 세우느라 부심한다.

 그러나 찰스 구오 JP모건 홍콩지사 시장분석가는 “레노버의 전략 비전과 신제품 개발 실행력이 여전히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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