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슘페터와 케인스는 종종 정치적 관점에서 대조적으로 묘사된다. 슘페터는 보수적으로, 케인스는 진보적으로. 하지만 그 반대로 표현하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정치적 측면에서 케인스는 현재의 ‘신보수주의’와 유사한 반면에 슘페터는 자유 시장에 심각한 의문을 지니고 있었다. 슘페터는 미국의 AT&T와 같은 ‘합리적 독점’은 그 자체로 지속돼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합리적 독점은 단기 편익을 추구하기보다는 먼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가치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경제는 오히려 슘페터에게 배워야 한다.
새 천년의 또 다른 10년이 시작되는 신묘년 새해를 앞두고 경영학의 멘토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의 오랜 통찰력을 다시 접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미 하버드대는 지난 2005년 타계한 피터 드러커의 주옥같은 책들을 ‘드러커 라이브러리’ 시리즈로 재출간하기로 했다. 갈수록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지난 1986년 출간된 ‘프런티어의 조건’이 세간에 재조명받게 된 것은 이례적이다. 피터 드러커의 혜안이 시대를 관통하며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신간 프런티어의 조건은 일관된 명제로 “미래는 전적으로 평범한 무명의 사람들에 의해 오늘 만들어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한 기업과 여러 조직의 일반적인 사람들이, 그들 주변의 모든 세계가 충돌하고 있는 와중에도 책임감을 갖고 계속 내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라는 단순하고 자명한 이치를 강조한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내일이 될지는 현재 의사결정자들의 역량에 달려 있다.
책은 오늘날 최고 경영진이 내리는 일상적인 의사결정과 관련된 상황적 맥락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미래를 위해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방법과 지혜를 전달한다. 제목이 직설적으로 전하듯, 바로 프런티어가 되고자 하는 의사결정자들에게 지침을 제공하고자 한다.
넘나드는 주제도 피터 드러커답다. ‘경제’라는 큰 틀에서는 세계 경제의 등장과 다국적 기업의 발전이 어떻게 진전될지, 최고경영자(CEO)가 어떻게 기회를 포착해 경영에 활용할 수 있을지 진단한다. 책은 ‘사람’을 주제로 고용과 노동력의 생산성 측정, 직원 적재적소 배치 방법 등 핵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을 제시한다. ‘경영’이란 주제에서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CEO가 기업에 유익한 통찰을 얻는 방법과, 기업 환경에서 노동조합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살펴본다. ‘조직’의 관점에서 인수합병(M&A), 자동화, 기업의 사회적 책무 등 조직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을 내릴 때 고려해야 할 조건을 짚는다.
그러나 기업 환경에 도사린 수많은 현안 가운데 모든 CEO의 공통된 고민은 아마 사람과 조직 문제지 않을까 싶다. 피터 드러커는 무엇보다 올바른 인사관리를 위한 원칙을 세우고 직원들과 공유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특히 숙련된 업무 역량을 갖춘 40대 이후 임직원의 체계적인 분석을 강조한다. 회사에 더 기여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구별하기 위한 일이지만, 퇴직자들이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피터 드러커 지음. 이재규·이덕로 옮김. 청림출판 펴냄. 2만5000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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