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한국만 요지부동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카드 수수료가 좀처럼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 카드 수수료 인하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나라만은 요지부동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강력한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 정부 직접규제가 대세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현재 거래액의 평균 1.3%가량인 직불카드 수수료를 0.3% 수준으로 낮추는 안을 최근 발표했다.

이는 미국 의회가 올해 금융개혁법을 통과시키면서 연준에 카드 수수료를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데 따른 것이다.

연준의 이같은 행보는 가맹점 수수료를 대폭 낮춰 영세 상인의 주름살을 펴고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서민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도로 여겨진다.

카드 수수료에 손을 대는 국가는 미국만이 아니다.

높은 카드 수수료율에 시달리던 호주는 2000년부터 중앙은행이 수수료 규제에 나선 뒤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1% 미만으로 떨어졌다.

유럽연합(EU)도 금융당국이 정산수수료 인하를 추진하자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자발적으로 수수료 인하를 단행했다.

한국은행은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카드가 점차 중요한 결제수단이 되고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이 급증하자 각국 정책당국이 잇따라 카드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카드 수수료 인하 `언발에 오줌누기`

카드 수수료가 높기로 유명했던 미국마저 수수료 인하 행렬에 동참하면서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하게 세계 최고 수준의 카드 수수료 수준을 `자랑하게` 됐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직불카드 수수료율은 1.5%다. 제휴점 할인 혜택 등이 있는 체크카드는 이에 0.35%포인트가 더해진다.

반면 네덜란드.덴마크의 직불카드 수수료율은 0.15%, 벨기에.스위스는 0.2%, 영국.독일은 0.3%, 프랑스는 0.7%다.

이처럼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카드 수수료율에 대해서는 국내 금융 연구기관들마저 일제히 이의를 제기할 정도다.

한국은행, 금융연구원, 보험연구원은 올해들어 잇따라 카드 수수료 분석자료를 내고 체크.직불카드 수수료율의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결제연구팀의 김규수 차장은 "이용자의 예금에서 결제가 이뤄져 자금조달이나 연체관리 비용이 안 드는 직불.체크카드 수수료가 이처럼 높은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의 이재연 선임연구위원도 "일부 가맹점은 체크카드 수수료율이 신용카드와 같아 수수료 체계의 적정성이 의문스럽다"며 "체크카드 수수료율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우리나라도 금융당국의 압력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체크카드 수수료 인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카드업계의 반발로 수수료 인하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더구나 논의되는 인하폭도 0.2%포인트대에 불과해 1%포인트가량 낮추는 미국에 비하면 `언발에 오줌누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는 "외국에서는 가맹점 수수료율이 낮은 대신 개인에게 부과하는 수수료가 많으므로 이를 국내와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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