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제도의 도입이나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 방식을 유지하려는 이들의 저항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는 당장은 실험적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올해 우리나라의 국가 R&D 예산은 13조7000억원으로 세계 7위 규모다. 기술개발 성과로 보더라도 지난해 특허출원 건수 세계 4위, 논문 게재 건수 세계 12위다. 이에 비해 사업화 성공률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미국 69%, 영국 71%)인 30%에 불과하다. 국가 R&D 관리도 이제 창의성과 도전정신, 그리고 사업화가 중시되는 방향으로 체질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목표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기술개발 과제에 창의성이 강조될 수 있도록 성과목표를 개선해야 한다. 파급효과가 큰 미래 선도기술을 개발하려면 시장·문화·제도·사회현상 등 제반 사회시스템의 파급효과를 고려한 전략적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미래지향적인 목표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창의적인 연구 아이디어는 기술인력과 비기술 분야 인력의 역량이 융합돼야 가능할 것이다.
둘째, 내용이다. 기술개발 과제의 내용에 도전정신이 존중되도록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선행이 기술과 다른 ‘무엇’의 플러스라면 후행은 내용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이다. 사전준비의 철저함, 기업가 정신이 반영된 도전적인 목표, 연구팀의 협력환경, 윤리경영 의식 등 과제계획서 안에 성과를 극대화하는 핵심요소들이 잘 반영되어야 한다.
셋째, 평가방법이다. 효율성을 고려한 평가방법의 개선과 내용의 충실성을 고려한 정성평가제도의 운영이 필요하다. 지원과제 수의 다소를 막론하고 형평성 시비 때문에 최소한의 요건만을 갖춘 부실한 지원과제까지 일률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이다. 또 발표중심의 평가방식으로 과제수행 계획의 충실성이 희석되는 사례도 많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지난 한 해 R&D 사업관리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많은 실험적 시도를 해왔다. 그리고 이달 중순 그 결과들을 모아 ‘사업 프로세스 개선 경진대회’를 개최한다. 우리의 이러한 시도는 정부 R&D라는 큰 틀에서 볼 때 아주 작은 몸짓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작은 움직임이 어쩌면 나비효과처럼 국가 R&D 관리시스템 전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장필호 한국업기술진흥원(KIAT) 사업관리단장 phjang@kia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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