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으로 전화를 거는 휴대폰, 먹고 싶은 음식을 떠올리면 알아서 매장을 찾아주는 검색 서비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실제로 가능해진다면 어떨까.
김후종 감성ICT협회 의장(45)는 16일 “꿈같아 보이지만 충분히 실현 가능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뇌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인지해 이를 계량화하고 수치화하는 작업을 거치면 생각만으로 기기를 작동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는 것. 그가 초대 의장을 맡은 감성ICT협회는 바로 이러한 기술을 연구하고 실현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김 의장이 서비스기술원장으로 재직중인 SK텔레콤을 비롯해 삼성전자·LG전자·LG유플러스 등 국내 대기업과 고려대·연세대·KAIST 등 학계를 포함, 40여 곳이 동참했다. ETRI 역시 함께하고 있다.
그는 2007년 애플 CEO인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공개하던 모습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업계에서는 휴대폰에 터치스크린을 적용하는 데 거부감이 있었다. 하지만 잡스는 이런 우려를 보기 좋게 잠재웠다는 것.
“잡스가 건드린 건 바로 감성입니다. ‘사고 싶다.’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이 대단해보였습니다.”
그는 “잡스는 기기에 ‘인문사회적 감성을 입혔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여러 면에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IT라고 하면 컴퓨터 관련 학계 분들이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이제는 인문사회 분야도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실제 감성ICT협회에는 의학·뇌과학·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감성이라는 분야는 온전히 기술만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탓이다.
따라서 김 의장은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업종을 가로지르는 협업이 선행될 때 더 큰 성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
“관련 기술을 부여잡는 게 능사라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협력이 더 중요합니다.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죠.”
대표적인 예로 그는 ‘햅틱 기술’을 들었다. “이번에 SKT에서 API를 공개하면서 햅틱 관련 기술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개발자들이 우리가 보유한 기술에 감성을 얹어 3D나 동작인식처럼 새로운 기술을 창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 의장은 협회 운영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미 ‘모바일 웹 2.0 포럼’ ‘리모진흥협회’ 등 다양한 협의체에 발을 담그고 있지만,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왕성하기 때문이다.
협회는 17일 제주도에서 워크숍을 연다. 이 자리에서 회원사들과 서로 연구 중인 내용을 공유하고, 발전 방향도 모색할 계획이다.
“향후 어떤 상품 로드맵을 구축할지, 내년부터 회원사들이 어떤 제품을 만들어낼 것인지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이를 토대로 교육·게임·오락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감성ICT를 접목한 제품을 차례대로 선보일 것입니다.”
그는 “정부에서도 많은 지원을 하기로 약속했다”며 “2011년부터 눈에 보일만한 흐름을 만들어낼 테니 협회의 움직임을 주목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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