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게임은 하나의 산업으로, 하나의 문화로 우리 곁에 자리 잡았다. 지난해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2008년 5조6047억원보다 17.4% 늘어난 6조5806억원을 기록했다. 2005년 최고치를 기록한 후 주춤했지만 최근 몇 년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와 함께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등의 인기 게임으로 시작된 국내 PC방은 중국 등을 거쳐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면서 하나의 문화 현상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게임은 극단적인 ‘애증’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한쪽에서는 게임 중독, 폭력성, 선정성 등으로 얼룩져 패륜적인 범죄를 저지르도록 이끄는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지탄한다. 학부모나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게임은 하루속히 사라져야 할 공부의 적, 가정 파탄의 주범일 뿐이다.
반대편에서는 게이머를 우상화하고 정보기술(IT) 강국 코리아의 자랑스러운 콘텐츠로 추앙한다. 게임 산업이 수출과 경제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한다.
저자는 이런 극과 극의 단순한 반응을 넘어 게임의 인문학적, 문화미학적인 의미를 강조함으로써 게임에 대해 논의하는 학술적 수준과 영역을 재발견하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한다. 문화로서의 게임이라는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게임을 단순한 산업 콘텐츠가 아닌 문화 텍스트로 정의하고 게임을 새롭게 조명했다.
게임이라는 문화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IT, 디지털, 인문학 등을 넘나든다. 유비쿼터스 시대에 등장한, 디지털 매체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주체를 ‘디지털 문화부족’으로 정의, 디지털 기술과 함께 발전해 온 게임을 장르별로 분류하고 특성을 살핀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리니지2’ 등의 게임 텍스트를 구체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그 안에서 기호학, 정신분석학, 미학, 인류학 등의 코드를 읽어낸 점도 흥미롭다.
이 밖에 놀이문화의 역사, 게임의 원초적 욕망, 문화로서의 게임, 게임문화 연구의 쟁점까지 게임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하는 학자의 애정이 가득 담겼다.
특히 게임 과몰입(중독), 아이템 현금거래 등 게임의 어두운 단면을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게임 중독의 원인이 게임 그 자체에 내재된 정복욕과 함께 사회적 관계가 원활하지 못한 사람의 도피 수단으로서의 기능 등이 복잡하게 얽힌 것이라고 해석한다.
따라서 그 해결책 역시 제도적, 법적 규제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복합적인 사회·문화적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심리적, 의료적 치료 대상으로만 규정할 수 없다며, 중독이라는 문제 설정 자체에 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게임이 문화’라는 너무도 당연한 말은 게임을 개발하고 제작하고 유통하는 사람들이나 그것을 재미있게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생각보다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중략) ‘게임은 문화’라는 간단한 명제를 사회적으로 설득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판단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라면 동기다.”
이동연 지음. 이매진 펴냄. 1만3000원.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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