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진출 다국적 반도체 · 소재 기업, 위상 높아졌다

세계적 화학기업 다우케미컬은 올해 전자재료 사업 부문에서 한국 내 투자를 대폭 확대했다. 오는 2011년까지 경기도 화성에 전자재료 R&D센터인 ‘다우서울테크놀로지센터(DSTC:Dow Seoul Technology Center)’를 설립, 200여명의 연구원을 새로 채용한다. 천안에는 기존 공장과 거의 같은 규모의 전자재료 신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본사 전자재료 사업부의 신임 대표에 한국인 양창원 박사를 선임하고 국내에서 근무하도록 했다. 사실상 전자재료 사업 부문은 한국이 본사 역할을 수행하게 된 셈이다. 이러한 위상 변화 때문에 앤드루 리버리스 다우케미컬 회장이 지난 3월 공식 업무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권형준 한국다우케미컬 부장은 “다우케미컬이 전자재료와 같은 신사업을 확대하면서 기술, 시장이 발달한 한국법인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우리나라가 디스플레이·반도체를 비롯해 휴대폰·가전제품 등에서 세계적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 위상도 높아지는 추세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다국적 기업들의 국내 매출이 일본 매출을 앞서는가 하면 국내 기업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우리말이 내부 커뮤니케이션 공식 언어로 지정되는 등 한국법인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아날로그반도체 전문업체 아바고테크놀로지스는 국내 매출이 일본 매출의 두 배에 이른다. 전성민 지사장은 “지난 2004년 아바고가 애질런트에서 분사할 당시만 해도 한국과 일본 매출이 엇비슷했다”며 “그러나 6년간 국내 매출이 대폭 증가했다”고 말했다. 아바고는 한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무선반도체 R&D를 강화하고 사업도 확대했다. 삼성전자·LG전자 휴대폰 사업이 성장함에 따라 아바고 매출도 급신장했다. 이 회사의 한국 매출액은 본사 매출액의 15%에 이른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ST에릭슨과 합계 매출이 올해 한국에서 14억달러에 이른다. 반면에 일본은 6억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휴대폰·디지털TV 등에서 국내 기업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다가 일본은 르네사스·NEC 등 자국 내에 대형 시스템IC 기업들이 있는 덕분에 국내 매출이 일본 매출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페어차일드는 전체 매출액 중에서 한국 비중이 13%다. 일본은 절반가량인 6%다. 이에 따라 한국법인 대표가 일본법인까지 총괄하는 구조로 조직도 변했다. 신성장사업으로 꼽는 모바일·전력효율 분야도 휴대폰·생활가전 선두권 업체가 포진한 우리나라 시장에 들어맞는다.

액정 분야 세계 최대 업체인 머크의 LCD 관련 비즈니스 소식지는 한국어·중국어·일어·독어·영어로 전 세계에 배포된다. 머크는 본래 모든 소식지 등을 영어·독어·불어·스페인어 4개 국어로만 발행했는데 LCD 부문은 예외다. 특히 한국법인 사장은 본사 고위직으로 가는 지름길로 소문이 나 있다. 지난 2005년부터 2006년 말까지 한국법인장을 지낸 베른트 레크만이 바로 본사 부회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이곳을 거친 법인장이 모두 본사 주요 보직으로 발령났기 때문이다.

다국적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글로벌 영업미팅에서 한국법인 발표는 후순위였지만 최근에는 가장 우선적으로 발표순서를 줄 정도”라며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셈”이라고 말했다.

유형준·오은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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