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프론티어 연구자 릴레이 인터뷰]<6>문승현 서남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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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현 대표(왼쪽 세 번째)가 고온초전도 2세대 와이어 제작 설비 앞에서 연구원들과 포즈를 취했다.

어떤 물질의 온도가 매우 낮을 때(대체로 영하 200도 이하) 전기저항이 0이 되는 것을 초전도 현상이라고 한다. 이런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물체를 초전도체, 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온도를 임계온도라고 한다. 1911년 발견됐으며 MRI 같은 의료기기 등에 활용된다.

문승현 서남 사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고온 초전도 와이어 제조기술 개발에 도전, 성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문 사장은 “500암페어(A)를 저항없이 흘릴 수 있는 1㎞ 길이의 초전도 와이어를 내년 3월 말까지 개발 할 예정”이라면서 “이것이 개발되면 초전도 와이어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제일의 기술력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문 사장에 따르면 초전도 와이어 분야 세계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 기업은 현재 1.1㎞ 거리에 280암페어, 일본 기업은 600m에 600암페어 제품을 갖고 있다.

서울대에서 물리학으로 학·석·박사를 마친 문 사장은 LG전자기술원 등을 거쳐 지난 2004년 11월 초전도, 나노 및 첨단소재 상업화를 목적으로 서남(SuNAM)을 설립했다. 21세기 프론티어 사업 일환으로 2세대 고온 초전도 와이어인 ‘코티드 컨덕터(Coated Conductor)’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문 사장은 “‘케이블·모터 등 전력기기의 원가를 크게 줄이는데 ‘코티드 컨덕터’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티드 컨덕터’는 2세대 고온초전도 와이어를 일컫는다. 저온초전도에 비해 냉각 비용이 싼 고온초전도체는 초전도체가 발견된 지 70년 후인 1986년 발견됐으며 대부분 세라믹이다.

그런데 세라믹은 잘 깨져 이를 녹색성장의 첨단에 서 있는 전력기기에 활용하려면 금속의 도움이 필요하다. 1980년대 말에는 작은 금속관 안에 초전도체를 넣은 후 높은 압력으로 눌러 넓게 편 후 소결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를 ‘1세대 고온초전도 와이어인 ‘PIT(Powder In Tube)’라 부른다. PIT는 은합금 금속관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금속 테이프 위에 초전도를 증착(Coated)하는 2세대 고온초전도 와이어인 ‘코티드 컨덕터’가 1990년 초 등장했다.

문 사장은 ‘코티드 컨덕터’를 사용해 발전기·변압기·모터 같은 전력기기를 만들면 구리선 저항에 따른 전기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효용성 때문에 미국·일본·유럽 등 세계 각국은 앞다퉈 정부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기업도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초전도 전력기기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매년 두 배 이상씩 성장, 2013년에는 9억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전망한 문 사장은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보다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전력기기의 실증실험설비에 정부가 투자를 보조해 주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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