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한 남성으로부터 불륜 사실을 부인에게 폭로하지 않는 대가로 300만원을 달라는 협박 전화를 받았다. 상대 남성이 증거라며 이메일로 보내 준 것은 김모씨가 얼마전 PC방에서 10대 여학생과 채팅을 한 화면을 캡처한 이미지 두 장. 장난삼아 던진 성적 농담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 PC방에서 온라인 포커게임을 즐기던 박모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자신이 클릭하지도 않았는데 자동으로 베팅이 되면서 게임머니를 크게 잃었다. 갑작스런 자동베팅에 당황해서 어찌할 사이도 없이 끝나버렸다.
악성 코드가 PC방을 파고들면서 피해사례가 늘고 있다. 악성 코드는 PC를 좀비 컴퓨터로 만들어 디도스 공격에 이용할뿐 아니라 최근에는 화면을 훔쳐보거나 원격 조정하는 데까지 진화했다.
김씨의 채팅 창이 캡처되거나, 박씨의 게임이 원격조정 된 것도 악성 코드 때문이다. 특히 이런 문제는 PC방처럼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하는 공유PC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 PC방의 보안 수준이 낮은 것도 문제의 원인 중 하나다. 지난해 감소했던 개인정보침해 상담건수가 올해 다시 증가하는 것도 PC방을 통한 대량 악성 코드 유포가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10월 말에도 악성 코드를 대거 유포한 일당이 검거된 바 있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은 중국 해커로부터 도입한 디도스 공격용 악성 코드를 유포해 국내 PC방 500여 곳의 PC 2만여 대를 좀비로 감염시킨 일당 30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악성 코드를 이용해 디도스 공격과 해킹을 자행, 사생활을 엿보고 게임머니를 뺏었다. 이들은 전국 PC방 상당수가 컴퓨터 관리에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는 점에 착안, 이를 해킹해 PC방 네트워크에 침입하는 방법으로 전국에 악성 코드를 뿌렸다.
한 PC방 업주는 “PC방은 여러 사람이 거쳐 가는 곳이기 때문에 회사나 가정집 PC들만큼 보안 상태를 유지하기는 힘들고, 보안에 대한 업주들의 인식도 높지 않은 편”이라며 “최신 보안 솔루션을 설치하고 업데이트하기 위해서는 비용이나 인건비도 만만치 않아 일일이 신경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PC방을 통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용자들과 PC방 업주들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잉카인터넷 기술개발연구소 문종현 팀장은 “PC방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때는 아이디,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말고, 부득이 입력했을 경우는 반드시 로그아웃 후 인터넷 창을 닫아야 한다”며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집이나 사무실 등 다른 PC에서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문 팀장은 PC방 업주에 대해서도 “모든 PC에 복원 솔루션을 설치하고, PC방 관리 프로그램을 수시로 패치해야 한다”며 “운용체계나 인터넷 익스플로러 등 브라우저 관련 보안 패치는 모두 설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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