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가속기 연구현장 가보니]<중>첨단연구가 새 IT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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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가속기의 개발과 활용은 IT의 동반성장을 이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컴퓨팅 센터 내부.

첨단 입자가속기 개발은 가속기 개발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중이온 가속기 등 첨단 가속기는 핵입자물리학이라는 기초과학을 토대로 IT와 기계, 소재 등 여러 분야가 결합된 융합 장비기 때문이다. 첨단 가속기는 개발 과정은 물론이고 활용과 응용까지 IT와 접목이 필수적이다.

대표적으로 오늘날 전 세계 정보네트워크 시대를 연 월드와이드웹(WWW)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거대 강입자 충돌가속기(LHC)를 연구개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가속기를 연구하던 CERN의 과학기술자들은 서로의 연구 성과, 새로운 아이디어 등을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다. 바로 월드와이드웹의 시작이다.

그렇다면 LHC를 기반으로 빅뱅 등 사상 초유의 연구를 시작한 현재는 어떤가.

CERN의 과학기술자들은 입자 충돌실험과 검출기를 통해 확보한 다량의 정보를 어떻게 한곳에 모아 보다 편리하게 공유·활용할 것인지 고민했다. 클라우드컴퓨팅의 출발점이다.

특히 이번 방문에서 CERN은 기존 월드와이드웹과 클라우드컴퓨팅에 이어 최근 고속의 저장압축 프로그램과 정보관리시스템까지 직접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련 보안기술 연구와 비즈니스 적용 방안도 별도의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다. 또 컴퓨팅과 통신, 전자, 발전과 의학 분야까지 별도의 연구파트로 지원하고 있다.

첨단가속기 개발과 이를 활용한 연구에서 기존 IT 관련 제품은 무용지물에 가깝다.

ALICE, ATLAS 등 CERN이 시도하는 거대한 실험과 연구는 어느 곳에서도, 어느 누구도 해보지 못한 최초의 연구이자 시도기 때문이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항공우주 연구, 뇌·인지과학 등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모든 분야가 그렇다. 새로운 연구는 새로운 IT 도구를 필요로 한다. 가속기 개발과 활용이 IT산업 발전까지 이끌게 되는 이유다.

또 가속기 자체는 초전도 기술 등에서 반도체 등 전자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CERN의 첨단 연구와 새로운 IT제품의 자체 개발은 어떤 분야(기초과학)에 대한 새로운 실험과 연구개발 과정 속에서 응용과학이라고 할 수 있는 IT도 뒤따라오게 만든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CERN의 ALICE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유인권 부산대 교수는 “IT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 IT 관련 원천기술이 없는 이유는 기초과학이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속기 개발과 이의 활용은 가속기 그 자체의 기술적 성과로 끝나지 않는다”며 “탄탄한 기초과학의 토대 위에서 수행하는 모든 첨단 연구는 새로운 IT를 창출한다”고 말했다.

스위스(제네바)=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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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가속기의 개발과 활용은 IT의 동반성장을 이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컴퓨팅 센터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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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가속기의 개발과 활용은 IT의 동반성장을 이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컴퓨팅 센터 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