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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일통일 20주년을 돌아보는 통일관련 연구기관 세미나가 봇물을 이루었다. 여러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다. 독일통일은 비전이 있었고, 정보교류를 통해 상호이익이 된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10여년 전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김일성 사망 이후 한국에서도 통일과 이의 비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던 적이 있다. 당시 정치권 등 한국사회에서는 ‘북한에 급변사태가 나 곧 붕괴될지 모른다’는 인식이 팽배했으며, 그래서 곧 남북통일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붕괴됐어야 할 북한은 지금도 멀쩡히 존재하고 있다. 그때보다 지금의 북한 사정은 별로 달라진 것 없이 없고, 오히려 남북관계만 더 힘들어졌다.
독일통일을 깊이 연구해보면, 이는 근본적으로 동서독 주민 모두 요구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요구는 고르바초프의 동유럽 국가에 대한 개혁과 개방(페레스트로이카, 글라스노스트)과 연결된 시민혁명을 통해 분출되었다. 독일민족 모두는 통일을 하면 자유롭고 잘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이 믿음은 어디서 생겨났을까. 정치적으로 계획된 의도였을까. 분단임에도 동서독 국민은 긴밀한 정보교류를 통해 통합을 위한 많은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방송통신 표준화 등 다양한 교류협력을 통해 통일을 하면 서독과 같이 잘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고, 독일민족은 통일 비용을 부담할 수 있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로의 평화통일, 동독주민의 시민혁명으로 쟁취한 통일이 바로 독일통일의 실체인 것이다. 이는 동독이 붕괴했기보다 동독주민이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민족에게도 통일은 이루어야 할 숙명적 과제다. 한반도 통일은 독일 사례에서 보듯 ‘기회의 창(Windows of Opportunity)’을 잡아야 한다. 독일 통일은 동서독 모든 국민의 행운과 노력이었다. 그렇다면 한반도에서도 독일처럼 평화로운 통일이 가능할까. 남북이 평화롭게 통일되려면 우선 통일이 상호 이익이 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행 가능한 계획을 남북 주민 모두에 알려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해야 할 일은 정보교류를 위한 대화부터 진행하는 것이다. 현재의 남북 대치상태를 풀려면 북한이 큰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는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의 중국동포를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요즘 중국 옌볜의 장길도와 북한의 남양시, 그리고 나진선봉이 상호교류를 협정하고 시장을 열고 있다고 한다. 중국과의 경제교류를 통해 북한이 시장경제 생리를 체득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난 정권에서 있었던 정치적 시혜 성격의 대북한 경제지원 발상은 노약자 식량지원을 제외하고는 지양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남북한 민간경제교류는 상호실리가 우선 될 때 대화의 문도 자연히 열릴 것이다. 20여년 전 독일 통일은 급진적으로 이루어졌기에 게르만 민족은 이를 행운으로 여긴다. 이는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독일 국민이 이를 놓치지 않고 잡았기 때문’이다. 한민족도 통일이라는 기회의 창이 열렸을 때, 반드시 전 국민이 합심해 잡아야 한다. 기회의 창이 닫히면 다시는 통일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통일 기회를 만들기 위한 민간의 대화를 통한 정보 교류와 협력이 시급히 요구된다.
최성 남서울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 sstar@n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