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게임] 게임 문제? 가까운 곳의 진짜 문제부터

부모 관심이 과몰입 극복 유도

그동안 우리는 온라인게임 강국이라는 명성만큼이나 게임 `중독`이라는 부작용에도 그 어느 나라보다 혹독하게 시달렸다. 온라인게임에 대한 사회의 우려가 커지면서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을 직접적이고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규제까지 논의되는 지경이다.

그러나 게임 자체에만 주목하는 이러한 접근은 자칫 게임과 관련된 문제적 행동을 일으키는 다양한 요소와 본질로부터 관심을 멀어지게 해 도리어 문제 해결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가 수도권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게임 이용 및 인식 조사에서 자기 조절 및 사회성 등의 성격 요소와 가족 건강도가 게임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주 요인으로 나타났다. 게임을 둘러싼 종합적 · 다면적 접근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가까운 곳의 진짜 문제부터 해결해야=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성, 금단, 과도한 시간 소비 등 부정적 게임 이용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자기 조절이나 사회성 등이 꼽혔다.

사회성이 높다고 응답한 사람은 게임을 줄이거나 못하게 되면 불안 · 초조해지는 금단 증상을 느낀다는 응답이 12.2%였으나 사회성이 낮은 경우엔 이 수치가 26.5%로 뛰었다. 자기 조절 능력이 좋은 사람은 `처음 마음 먹은 것보다 더 오래 게임을 한다`는 응답이 27.7%였으나 자기 조절 능력이 낮은 경우엔 42%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사회성이 높은 그룹은 `게임을 통해 활력을 경험한다`는 응답이 27.2%, 낮은 그룹은 17.6%로 나타났다. 자아존중감이 높은 경우 41.7%가 `게임을 통해 여가 시간을 유용하게 보낸다`고 응답했으나 자아존중감이 낮은 그룹은 33.9%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대체로 성격 척도에서 건강한 모습을 보이는 그룹이 게임을 보다 잘 즐기면서 부작용은 적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성격 요인은 가정 환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예를 들어 가족 간 의사 소통이 좋은 사람들 중 `자제력이 좋다`고 응답한 사람은 48.4%였으나 의사 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엔 이 수치가 32.3%로 내려갔다. 가족 간 유대감이 높으면 `스스로에게 긍정적 태도를 지니고 있다`는 응답이 64.3%였지만 유대감이 낮은 경우엔 이 수치가 44.7%로 내려갔다.

이는 부모의 적절한 지도를 자녀의 게임 문제 해결에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대부분의 상담가나 심리학자 등의 견해와도 일치한다.

◇자율적 과몰입 극복 공감=게임 과몰입 문제의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는 `상당히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가 66.3%, `어느 정도 문제가 있다`는 응답이 31%로 절대 다수가 게임 과몰입(중독) 문제를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문제의 심각성을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게임 과몰입 문제의 해결 주체를 묻는 질문에는 과반수가 넘는 53.6%가 `개인의 노력`이라고 답했고 이어 `가정의 관심`이 24.7%, `게임 회사의 노력`이 10.2%를 차지했다. `정부의 규제`라는 응답은 6.1%에 그쳤다.

게임 과몰입(중독) 문제의 해결책으로는 `게임 외 다양한 놀거리 제공`(35.8%), `게임 이용 교육`(24.9%), `가족 간 대화와 노력`(18.2%) 등이 꼽혔다. `게임 이용 시간 제한`도 15.1%로 나타났지만 이를 법으로 규정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꼽은 응답은 2.7%였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가족 간의 노력을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같은 결과는 게임 문제와 관련해 개인의 노력과 가정의 관심이 중요하다는 점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런 노력과 관심을 문제적 게임 이용의 해결과 게임 선용으로 실제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모들은 이렇게=부모가 자녀의 상황에 관심을 갖고 적극 소통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안영춘 은평청소년수련관 상담팀장은 “평소에 아이들과 함께하지 않고 인터넷과 게임에 아이를 맡겨 놓다가 아이가 자란 후 갑자기 공부하라며 게임을 금지하는 부모가 많다”며 “부모와 소통하지 못 하는 아이에겐 PC가 친구이자 부모, 교사 노릇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을 내서 자녀와 게임을 하면 좀 더 벽을 낮출 수 있다. 적어도 아이가 하는 게임에 관심을 갖고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TRC 조사 결과 자녀와 함께 게임을 해 본 사람은 50.8%였으며 40대 중에선 40.9%만이 자녀와 게임을 한 경험이 있었다.

또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다채로운 놀이나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문기 고려대학교 지혜과학연구소 박사는 “과열 입시 경쟁 속에서 놀이를 빼앗긴 아이들은 보다 강박적으로 게임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게임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는 근시안적 접근이 아니라 게임을 하는 아이의 가정과 학교, 사회 환경까지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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